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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최근 사람 장내 세균의 생태계(장내 세균총)가 건강이나 정신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으며, 일부 연구자는 '장내 세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최근 호주 연구팀이 "장내 세균총이 자폐증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자폐증 아동에게 보이는 성질이 장내 세균의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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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 등 발달 장애를 포함한 자폐스펙트럼 장애(ASD)는 변비나 설사 등 장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토대로 장내 세균총과 자폐증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ASD인 사람의 장내 세균총을 쥐에게 주면 자폐증과 같은 행동을 보인다" ▲"장내 세균총을 이용한 요법이 자폐증 증상을 완화한다" ▲"ASD와 ASD가 아닌 사람의 장내 세균총에는 차이가 있다" 는 등의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러한 논문을 토대로 일부 연구자들은 "장내 세균총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지만, 호주 퀸즐랜드 대학 끌로에 얍(Chloe Yap) 박사 연구팀은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앞선 연구결과를 비교 검토한 결과 장내 세균총과 자폐증을 연결하는 증거에 모순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연구가 과학적 설계에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과학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자폐증과 장내 세균총을 연결하는 주장은 과대 포장되고 있으며, 이에 근거한 장내 세균 요법 및 식이 요법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얍 박사는 이들 치료법이 효능과 안전성이 부족한 데다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구팀은 ▲ASD 아동과 그 가족에 관한 광범위한 임상학·생물학 데이터를 수집하는 '호주 자폐증 바이오뱅크(Australian Autism Biobank)' ▲쌍둥이 뇌 발달 및 정신건강·행동·생물학적 샘플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퀸즐랜드 쌍둥이 사춘기 뇌 프로젝트(QTAB)'와 협력해 ASD 아동과 장내 세균총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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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서는 (1) ASD 아동 99명에서 수집한 분변 샘플 (2) 자폐증 형제·자매가 있지만 본인은 자폐증이 아닌 51명 아동의 분변 샘플 (3) 자폐증 형제·자매가 없는 97명 아동의 분변 샘플을 채취해, 분변 샘플에 포함된 미생물 DNA를 비교했다. 

이와 함께 아동의 임상 데이터·가족 구성·생활 스타일·식사 등 장내 세균총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요인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분석 결과, 자폐증과 장내 세균총 전체의 구성 및 다양성 사이에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600종 이상의 장내 세균 가운데 자폐증과 연관을 보인 것은 1종에 불과했다. 

또, 과거 연구에서 자폐증과의 연관성이 지적된 복수의 세균군의 경우에도 이번 연구에서는 자폐증과 어떤 연관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대신 ASD 아동은 앞선 연구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식성이 까다로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심과 감수성 범위가 한정된 자폐증 특성과 연관이 있다. 식성이 까다로운 아이는 장내 세균총의 다양성이 부족해 설사 등 장 문제가 잦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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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적 데이터를 고려한 분석에서도 자폐증 및 한정된 관심은 편식과 연관이 있지만, 장내 세균총과의 직접적인 연관은 찾을 수 없었다.  

연구팀은 "전체적으로 이번 연구결과는 장내 세균총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일반적인 견해를 지지하지 않는다. 우리가 확인한 것은 놀랍도록 단순한 사실이다. 자폐증과 관련된 형질과 선호도는 다양하지 않은 식생활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다양성이 부족한 장내 세균총과 장 문제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폐증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장내 세균 이식 등의 개입에 신중해야 한다"며 "유해할 수 있는 치료법에 대한 관심보다는 편식하기 쉬운 자폐증 아동의 식생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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