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치료 패러다임 변화로 당뇨 종식 ‘가속도’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Copyright Eli Lilly and Company. All Rights Reserved. Photo courtesy of Eli Lilly and Company Arch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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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당뇨병은 집안의 유전인 듯 합니다. 큰아버지도 오랜 지병이신 당뇨를 앓다가 합병증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대수롭지 않던 당뇨병이 중년에 들어선 제게도 생겼습니다. 가장 큰 두려움은 합병증입니다. 다행히 저는 약물치료를 잘 받고 있지만 인슐린 주사를 휴대하고 다니는 친구를 본 적 있습니다.” (40대 중반 직장인 김OO씨)

일반적으로 당뇨병(diabetes mellitus)을 산업화 사회의 부산물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뇨병의 역사는 참으로 오래됐다. 고대 인도의 시집(詩集)인 ‘아유르 베다(Ayur Veda)’에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의학이 발전된 현재 당뇨병의 역사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오줌을 많이 누며 심한 갈증을 호소하면서 점점 쇠약해지는 병에 걸린 환자가 오줌을 누면 개미와 벌레들이 오줌에 적신 바닥으로 유난히 들끓고 있다.” 당뇨병에 걸린 환자의 오줌이 건강한 일반인들이 소변보다 당분이 많이 섞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류가 당뇨병을 임상학적으로 기술한 시기는 언제인가? 정확한 유례를 언급할 수 없다. 다양한 의견들이 피력됐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보편적으로 기술로 인증된 시기는 기원전 1550년 제작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의학 고문서 ‘에버스 파리루스(Ebers Papyrus)’에서 당뇨병에서 볼 수 있는 임상적 특징인 너무 많은 소변을 배출하는 상태의 질환을 확인할 수 있다.

본격적인 산업화 사회에 접어들던 19세기 후반 당뇨병은 다뇨와 심한 갈증, 폭식, 그리고 진행하는 쇠약 등을 규정하고 환자 대부분이 발병 1~3년 내 사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가능한 하나의 임상적 실재(clinical entity)로 규정됐으며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내분비선으로 추정되는 랑게르한스섬에서 분비되는 탄수화물의 대사 조절물질을 당뇨병 원인으로 추정하고 병리학적 이해가 구축됐다.

ⓒ데일리포스트=Copyright Eli Lilly and Company. All Rights Reserved. Photo courtesy of Eli Lilly and Company Arch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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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전 인류 의학·과학 발전의 신호탄 ‘인슐린의 탄생’

지난 1921년 인류 최초로 당뇨병 치료의 문을 연 4명의 캐나다 연구원 ▲프레더릭 밴팅(Sir Frederick Grant Banting) ▲찰스 베스트(Charles Herbert Best) ▲존 매클라우드(John James Rickard Macleod) ▲제임스 콜립(James Collip)에 의해서다. 오랜 세월 인류를 괴롭혀 온 당뇨병의 치료제로 개발된 인슐린이 2021년 올해 세상에 탄생한 100년이 됐다.

앞서 언급했던 김 씨의 지인이 평소 휴대하고 다닌다는 인슐린(Insulin)은 당뇨 환자에게는 절대적으로 없어서는 안되는 응급약이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액 내 포도당을 세포로 이동시키고 근육과 조직이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만일 인슐린이 충분히 생산되지 않을 경우 포도당이 혈액 내에 순화하는 고혈당 상태로 진행되면서 의식을 잃거나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부족해진 인슐린을 통해 보충해야 한다.

이처럼 당뇨병 환자에게 구원자와 같은 인슐린이 최초 주사된 시기는 1921년 프레더릭 밴팅 등 4명의 과학자들이 인슐린을 발견한 이후 1년이 지난 1922년이다. 아일레틴은 1922년 1월 11일 당뇨병을 앓고 있던 14세 소년 레너드 톰슨에게 주사했으며 그 소년은 폐렴으로 사망할 때까지 13년 간 인슐린을 통해 당뇨를 버텨냈다.

■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전 세계 당뇨병 환자 대상 인슐린 첫 상용화

레너드 톰슨이라는 소년이 27세에 폐렴으로 사망할 때까지 13년간 인슐린을 통해 당뇨병을 치료해오면서 인슐린은 개발 1년 만에 임상적인 효과를 인정받게 됐다. 이제 전 세계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본격적인 상용화에도 속도가 붙었다.

1923년 인슐린 개발 2년이 되지 않아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인류 최초로 첫 인슐린 상용화에 나서면서 당뇨병 치료의 신호탄이 올랐다. 앞서 제임스 콜립은 알코올을 사용해 인슐린을 정제했지만 이는 대량 생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베스트는 토론토대학 내 코노트 연구소의 도움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토록 했으며 1923년 5월 3일 처음으로 아일레틴이 아닌 ‘인슐린’을 공식화했다.

ⓒ데일리포스트=Copyright Eli Lilly and Company. All Rights Reserved. Photo courtesy of Eli Lilly and Company Arch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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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은 최초의 상용화 이후 1950년대 Lente, NPH 등 중간형인슐린이 개발되면서 지속성을 가진 기저인슐린으로 역할이 가능한 인슐린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1963년 인슐린을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됐으며 주사용 인슐린과 인슐린 펌프가 개발됐다. 1980년대 들어 휴면 인슐린이 개발됐다.

동물에서 추출한 인슐인이 아닌 화학적으로 합성이 가능한 인슐인의 대량 생산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1990년대 속효성 인슐린 유사체가 등장했으며 2000년대인 현재 지속형 인슐린이 개발돼 중간형 인슐린 대비 안정적인 혈당유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인류의 오랜 지병인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의 진화가 본격화됐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뇨병은 불치병이다.’ 이 암울한 역사적인 공식은 인슐린을 최초 발견한 프레더릭 팬팅 외 4명의 과학자와 최초의 상용화에 나선 일라이 릴리에 의해 깨졌다.

인슐린이 최초로 탄생한 지난 1921년 이후 100년이 지나면서 다양한 치료제와 함께 치료 패러다임도 변화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당뇨병은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국제당뇨병연맹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당뇨병 환자는 4억 6300남 명으로 이 같은 수치라면 오는 2045년에 이르면 7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역시 당뇨병 증가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한당뇨병학회는 국내 30세 이상 성인 약 7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이며 최근 7년 간 당뇨병 유병률은 15%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정복을 위한 인류의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인슐린 동족체(Analogue)들이 개발되면서 다양한 비율로 혼합 제조된 인슐린이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GLP-1 유사체 등 새로운 계열의 치료제들이 쏟아지면서 인슐린이 최초 발견된 지난 100년과 달리 앞으로 다가올 100년은 당뇨병 종식을 위한 더 많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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