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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말을 할 수 없는 아기라도 어른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하면 즐거워하고 스스로 이상한 행동을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등 마치 유머 감각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사람의 유머 감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유아기부터 시작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이 주도한 국제 연구팀은 "이르면 생후 1개월에 특정 유머를 유머로 이해할 수 있으며 성장과 함께 유머 감각을 발달시킨다"고 밝혔다. 

유머와 웃음에 대한 감각은 스트레스에 대처하거나 친구를 사귀는 데 중요하지만, 사람의 유머 발달 과정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영국·미국·호주·캐나다에서 모집한 0~47개월 아동을 둔 671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자녀의 유머 감각에 대해 설문 조사(Early Humor Survey:EHS/24문항) 형식으로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응답 내용을 분석한 결과, 생후 1개월의 시점에서 일부 아기들은 특정 유머를 정확하게 이해했으며, 생후 2개월 정도면 약 50%는 유머 감각을 가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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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기는 어른의 유머를 재밌어하고 어른의 말을 흉내낼 뿐 아니라 스스로 다른 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감각도 이른 단계부터 발달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기의 약 50%는 생후 11개월까지 다른 이들에게 어떤 유머 상황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하며, 한번 유머에 성공한 아기는 그 후에도 반복해서 재미있는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자녀가 보인 21가지 유머를 확인하고, 각각의 성장 단계별로 어떤 종류의 유머를 이해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1세 미만의 아기는 신체적·시각적·음성적인 유머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시점에서는 얼굴 숨기기·간지럼 태우기·평소와 다른 동작·재미있는 목소리·물건을 다른 용도로 사용(컵을 머리 위에 두는 등) 등의 유머를 이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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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 아기는 누군가를 놀리기·옷 벗기·장난으로 겁주기·화장실 관련 유머·동물 흉내 등 다른 사람으로부터 리액션을 얻을 수 있는 종류의 유머를 이해한다. 

2세가 되면 언어적인 유머에 관심을 가져, 가령 명칭 다르게 말하기((mislabeling)나 "개는 야옹야옹 짖는다" 등의 잘못된 개념을 흥미롭게 느낀다. 또 누군가를 재미있게 만드는 행동이나 공격적인 유머(누군가를 밀치는 행동 등)를 구사하게 된다. 

그리고 3세가 되면 한층 더 언어적인 유머 감각이 발달해,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말을 재미있게 하거나 말장난·농담도 이해하기 시작한다. 

브리스톨 대학 엘레나 호이카(Elena Hoicka) 박사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유머가 생후 4년 동안 복잡하게 발달하는 과정임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머가 유아의 인지적·사회적·정신적 기능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유머 자체의 시작뿐만 아니라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판단하는 툴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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