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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17일(현지시간) 워싱턴서 예정된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회견이 일본의 일방적인 불참으로 결국 무산됐습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지난 7월 이후 또 한번의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오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제9차 외교차관협의회' 결과와 관련해 오후 2시 공동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이날 공동회견 무산에 대해 "일본 측이 우리 경찰청장 독도 방문 문제로 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밝혔습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16일 독도를 방문했고, 이는 2009년 이후 12년 만입니다. 해당 건으로 일본 정부는 관방장관과 외무상이 나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크게 반발했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은 '경찰청장 독도 방문으로 비행기를 못 탈 뻔했다'고 미국에 호소했다. 일본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일 회의가 중요해 상부를 설득해서 왔다"고 주장했다며 "일본 기자들이 경찰청장 독도 방문 질의하면 일본측 입장을 강경하게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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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이러한 입장을 전하면 한국 역시 반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회견에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만 참석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이 건으로 한미일 차관회담 결과 자체가 묻힐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 차관은 회담에서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정부 입장 ▲향후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협의 진전 필요성 ▲일본의 계속된 수출규제 조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모리 차관은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하며 응수했습니다. 양국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과거사 문제가 이날도 팽팽한 대립 속에 발목을 잡은 겁니다. 

미국 단독 기자회견에 대해 최 차관은 "우리는 개최국인 미국이 단독 회견을 통해 한미일 차관협의의 결과를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일본 정부는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과 관련해 한국에 항의한 상황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 기자회견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취소했다는 입장을 18일 밝혔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竹島 독도)와 관련한 문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한국 측에 강력히 항의했으며, 이번 공동 기자회견도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래 미국은 전통적 동맹국인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미국 현지에서 한일 양국의 냉랭한 관계만 재확인시킨 셈이 된 겁니다. 아울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신정부 출범 뒤 처음으로 가진 한-일 고위급 대면 협의도 출발부터 서로 날을 세운 모양새가 연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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