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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사람은 매일 산책한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지만, 면접 등 스트레스를 느낀 상황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 스트레스를 느낀 경험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유를 독일 연구팀이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뇌 활동 관찰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됐다. 

독일 보훔 루르대학 신경심리학자인 올리버 울프 교수 연구팀은 '사회적 스트레스 테스트(Trier Social Stress Test/TSST)'를 활용해 실험을 실시했다. 

TSST는 참여자에 대해 '심사하는 사람 앞에서 면접 형식의 인터뷰를 요구'하는 실험 프로토콜로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방법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참여자에게 주제를 주고 중립 입장에서 취업면접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도록 요구했다. 이때 실험에 참여한 33명은 긍정적 피드백이 없고 사무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면접'을 진행한 반면, 대조군 31명에게는 스트레스가 없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우호적인 면접'을 진행했다. 

그리고 취업 면접을 시뮬레이션하는 동안 심사하는 사람은 커피잔이나 펜 등 다양한 물건을 어떤 형태로든 보여주거나 대화의 소재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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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후 연구팀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fMRI)'를 통해 참여자의 뇌를 스캔하고, 감정 반응의 처리와 저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편도체'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 상황에서 면접을 받은 참여자가 면접 중에 본 물건을 다시 봤을 때 뉴런의 흔적이 서로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에서 보지 못한 물건을 볼 때는 뉴런의 흔적에서 이러한 유사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현상은 물체뿐 아니라 면접관의 얼굴을 볼 때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에 반해 대조군은 면접에서 본 물건을 보여줘도 뉴런의 유사성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스트레스를 느낄 때 목격한 것은 뇌에서 특정 패턴을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스트레스 상황 속 기억의 강화는 경험한 감정과 연관된 객체, 즉 스트레스의 트리거가 뇌에서 더 긴밀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에서 경험한 상황은 학습과 기억에 관련된 해마에서,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경험하는 상황은 편도체에서 연계된다는 차이점도 존재한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소규모이고 하나의 시나리오(면접)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제한이 있지만, 연구팀은 실험 결과가 명확하다며 다른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감정과 기억의 관계를 부각시킨 이번 연구가 향후 정신장애 치료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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