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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세계 각국에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면서 연구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복한 사람이 백신을 접종했을 때 보이는 독특한 면역 특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한 후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백신 2회 투여만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높은 수준의 항체를 얻게 되고, 이 항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뿐 아니라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강력한 보호 기능을 유지한다. 이를 '하이브리드 면역(Hybrid immunity)'이라고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면역은 면역세포인 '기억 B세포(Memory B cells)'로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기억 B세포는 수십 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장수 면역 세포로 알려져 있다.

감염과 백신 접종 후 만들어지는 항체 대부분은 형질세포에서 만들어지며, 이 세포가 사멸하면 항체 수준도 당연히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형질세포가 사멸한 후 더 희귀한 기억 B세포에 의해 항체가 생산되는 것이다. 

미국 록펠러대 미헬 C. 누센츠바이크(Michel C. Nussenzweig) 교수는 기억 B세포가 형질세포보다 질 높은 항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기억 B세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더 강력하게 결합하기 위한 변이를 얻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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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서 회복한 사람이 백신 접종 등으로 다시 코로나19를 유발하는 SARS-CoV-2 스파이크 단백질에 노출되면, 기억 B세포가 증식해 매우 강력한 항체를 대량으로 만들어낸다. 

자연 감염과 백신으로 생성되는 기억 B세포와 그 세포가 만드는 항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이에 누센츠바이크 교수 연구팀은 자연 감염과 백신 접종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자연 감염 이후와 백신 접종 후 수백 개의 기억 B세포를 추출해 연구했다. 

그 결과, 자연 감염으로 생성된 항체는 감염 이후 1년간 변화하면서 효력을 발휘하는 반면, 백신 접종으로 유도된 항체 대부분은 2차 접종 후 몇 주가 지나자 변화를 멈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 감염으로 생성된 항체는 베타 및 델타 등 면역력 저하를 유도하는 변이에도 효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자연 감염 유래 항체가 스파이크 단백질의 다양한 영역을 대상으로 고르게 변이를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울러 하이브리드 면역을 가진 사람은 감염 후 백신 미접종자에 비해 최대 7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항체를 생성했다. 

2021년 6월에 발표된 연구는 2차 백신을 접종한 사람의 림프절 샘플을 채취한 결과, 백신 접종으로 유도된 기억 B세포 일부가 두 번째 접종부터 12주까지 다양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변이를 획득할 징후가 발견됐다. 하이브리드 면역으로 얻은 항체는 SARS-CoV-2뿐 아니라, 2002년에 세계적으로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등에도 효과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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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메커니즘으로 하이브리드 면역을 얻을 수 있는지, 또 기억 B세포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분화가 진행되는지 세계 각국의 대학 및 연구 기관에서 다양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 의대 알리 엘레베디(Ali Ellebedy) 병리학·면역학 부교수는 "감염 이후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 우수한 면역 반응을 갖게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3~4개월 전에 경주를 시작한 사람과 지금 막 경주를 시작한 사람을 비교하는 셈이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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