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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북중미의 엘살바도르에서 9월 7일(현지시간)부터 비트코인을 사실상 공식통화로 인정하는 법률이 발효된다. 

엘살바도르는 달러 중심의 국제 경제에 편입하지 못한 상황에서 만성적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허덕이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인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민의 공감과 동의를 충분히 얻지 못하면서 극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등 진통을 앓고 있다. 

엘살바도르에서는 2019년부터 비트코인에 대한 사회 실험이 진행되어 왔으며, 2021년 6월 국회에서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엘살바도르 의회가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승인안을 과반 찬성으로 가결하면서 엘살바도르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사용하는 국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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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안을 추진한 81년생 나입 부켈레(Nayib Bukele)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9월 7일부터 비트코인을 처리할 수 있는 200대의 ATM을 공원과 공공 광장 등에 설치한다고 밝혔다. 이어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이 달러와 함께 엘살바도르의 법정화폐가 된다는 내용의 비트코인 광고를 공개했다. 

2021년 9월 7일에 발효되는 비트코인법에 따르면 모든 경제 주체는 비트코인을 지불 수단으로 인정해야 한다. 엘살바로드에서는 중앙 아메리카의 공식 통화인 달러와 비트코인 모두를 법정 통화로 유통할 수 있게 된다.  

경기 회복을 위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기로 한 엘살바도르의 경제는 해외 이주 노동자들의 송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엘살바도르 송금 총액은 60억 달러로 국가 GDP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하지만 발효 직전인 8월 말부터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준비 부족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상태다. 시위대는 비트코인 법정 화폐 채택이 불법적이고 협의되지 않은 일방적 법안이라고 주장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실제로 곧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주요 도시의 상업 시설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은 상태이며, 자영업자들도 구조가 복잡하다며 수용을 꺼리고 있다. 또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거래소에서 24시간 거래가 이루어져 가치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지난 7월 현지 프란시스코 가비디아대학 산하 여론조사기관 디스럽티바(Disruptiva)가 엘살바도르 국민 12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53.5%가 비트코인의 법정 통화 승인 결정에 '매우 옳지 않다'고 응답했고, 6.5%만이 '매우 좋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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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법화 통화 인정에 국제통화기금(IMF)은 "거시 경제·금융·법률상의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분석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이 크고 제어가 어려우며 돈세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장점은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송금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달러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에 주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회피)가 가능하고 송금 수수료가 저렴한 비트코인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튀니지·과테말라·파나마·탄자니아·카자흐스탄 등도 비트코인을 합법화하거나 법정화폐 채택을 고려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에는 쿠바 중앙은행(BCC)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고 관련 규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비트코인 결제 국가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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