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미온적 ‘유감 표명’…강력한 대응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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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장서연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해저터널을 통해 1km 밖 바다에 방류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뜨겁게 달궈진 핵연료 찌꺼기를 식히기 위해 투입하고 있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는 한없이 불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 쌓인 오염수는 현재 127만t에 달한다. 

일본 정부에서 오염수 방류 방침을 밝힌 지 넉 달 만에 구체적인 방류 방안이 공개된 것이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바닷물에 100배로 희석한 뒤, 원전 지하에서 바다 쪽으로 해저터널을 뚫어 연안에서 1km 떨어진 바다에 방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해저터널 공사는 올해 안에 시작해 2023년 봄에 완료된다. 배관을 해저에 묻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해류 영향 등을 고려해 터널에서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출구는 일상적인 어업을 하지 않는 지역에 둘 계획이며 수심은 12m 정도다. 오염수 방출은 2023년 터널이 완공된 후 바로 시작된다. 

이 방식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더 쉽게 희석할 수 있고, 수산물 오염 우려로 인한 어민들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도쿄전력은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일본 내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일본 어민들과 환경단체는 이번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일본 시민 상당수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자국의 문제만이 아닌, 아이들의 미래를 흔드는 심각한 사태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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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는 일본 정부가 어민들의 우려를 고려해 24일, 오염수 방출로 수요가 감소한 수산물을 매입하거나 판로를 확대할 수 있는 기금을 만드는 등의 대책 방안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全漁連)는 즉각적으로 "정부 입장을 용인할 수 없다"며 거듭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안전·안심할 수 있는 어업 방안 명확화 등 5개 항목을 정부에 제의했지만, 현재까지 답변이 없다"고 호소했다. 

현지 매체들도 일본 정부가 오염수 처리 방안을 두고 현지 관계자 등과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이미 결정한 내용에 대해 일방적인 이해를 구한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한 후쿠시마 어민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민과 후쿠시마 주민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요. 바다에 흘려버리면 확산됩니다. 1km 앞에 버린다고 해도. 바다는 움직이고 있으니까요."라며 정부 결정에 불만을 표출했다. 

환경단체들 역시 일본 결정이 오염수 문제를 감추려는 꼼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카즈에 스즈키 그린피스 일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오염수 희석 시 방류 기준치는 충족하지만, 스트론튬-90과 같은 치명적 물질의 총량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영구적 해양 오염을 피할 수 없다"며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이 분명한 점, 장기 저장이란 대안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사전 예방 원칙 등을 위배하는 결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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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 정부는 대책회의를 열고 해양 방류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일본이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4월에도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한 유감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액션없이 유감을 표명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국민들을 안전을 위해 강력대응에 나서야 하는게 아닐까요?", "일본이 일방적으로 하는게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반대 입장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마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일본과 한국 양국 시민들이 모두 반대하고 우려하던 방류 결정이 이루어졌다. 후쿠시마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저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한국 정부의 국제법적 대응 결정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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