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에 보복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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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중국 정부가 IPO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중국 기업의 국내외 자금 조달 방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IPO 규제 강화는 중국 차량공유서비스 기업 디디추싱(DiDi)을 둘러싼 일련의 소동 이후 발표됐다. 

◆ 디디추싱, 미중 데이터 패권의 희생양인가? 

중국은 기본적으로 효과적인 통제를 위해 자국 업체가 고객 데이터를 정부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인데,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 미국 정부도 데이터 접근이 가능해진다. 

이를 우려한 중국 사이버보안당국(CAC)은 디디추싱에 IPO연기와 네트워크 보안에 대한 자체 점검을 요구했지만 디디추싱은 6월 30일 미국 증시에 상장을 강행했다. 중국과 미국이 이른바 데이터 패권전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정부의 권고를 무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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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은 빠르고 강했다. 중국 당국은 이틀 뒤인 7월 2일 안보심사에 이어 4일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 삭제 명령을 내리며 고강도 제재에 나섰다. 홍콩 증시에도 상장하지 않은 디디추싱이 중국 정부에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련의 조치에 나선 배경을 두고 CAC는 "데이터 보안 위험에 대비해 국가 안보 및 공공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디디추싱은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6일(현지시간) 20% 가까이 폭락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단행한 상장 일주일 만에 상장가 아래로 곤두박질친 것.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 어려워지나?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을 정조준해 보복 카드를 빼든 뒤 '데이터 보안 위험에 대비해 국가 안보 및 공공 이익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며 IPO 규제 강화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기업의 해외 증권 발행 및 상장'에 관한 기밀 유지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 증권법상 치외법권 적용에 대한 사법 해석과 지지 규칙을 책정해 치외법권을 적용하기 위한 조건을 수정하고 법 집행 절차 등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을 통해 정부가 공개한 성명에는 "보안과 관련된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금융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경을 초월한 증권 위반 및 범죄에 대응하는 법 집행 기관 간의 관계 구축 촉진을 위한 효과적 수단을 모색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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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시장 조사기업인 레피니티브(Refinitiv)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전체 IPO 수익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어느 나라보다도 IPO를 통해 많은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오랜 무역 마찰에도 불구하고 지난 7개월 동안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수는 14% 증가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규제 강화는 뉴욕이나 홍콩 등에서 활약하는 중국 IT기업과 생명공학기업의 안정적인 IPO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유명 PR·컨설팅 회사 테네오(Teneo)의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인 가브리엘 윌도우는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면서도 "중국 당국이 해외 상장을 완전히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 회계 법인의 드류 번스타인 공동 의장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가 앞으로도 계속 얽힐 것은 분명하고,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미국 시장은 아시아 기업들에게 여전히 큰 기회의 시장"이라고 말했고, 컨설팅 업체 뷰 프롬 더 피크(View from thePeak)의 폴 크레이크 창립자는 "중국은 이번 규제 강화 명목으로 사이버 보안을 내세우고 있어 어디까지 규제가 강화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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