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 = 이미지 제공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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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장서연 기자] "나는 생존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살고 싶은 거야!(I don't want to survive, I want to live!)" (영화 '월-E' 엑시엄호 선장)

요즘처럼 미세먼지나 황사가 극심한 날일수록 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 마련이다. 최근 곳곳에서 친환경을 외치며 지구를 위해, 아니 인간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지만 아직 갈길이 멀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앞으로 영화 '월-E'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월-E'는 에니메이션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기 보다 어른들을 위한 영화인 듯 하다. 시작부터 40분동안은 대사 한마디가 없으니 말이다. 너무나도 정적이기에 아이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2800년. 월-E는 홀로 지구에 남아 700년 동안 외롭게 폐기물을 수거하는 로봇이다. 그런 그의 곁에는 역시나 생명력이 강한 바퀴벌레만 있을 뿐이다.

바퀴벌레를 애완용처럼 데리고 다니며 쓸쓸히 폐기물 처리하며 발견하는 물건들을 모으는 그야말로 사람같은 로봇이다. 늘 하던것처럼 혼자 일하던 어느날 월-E는 처음으로 식물을 발견하고 여느때와 같이 자신의 집에 수집해둔다.  

암울한 지구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무렵 월-E 앞에 너무나도 세련되고 매력적인 탐사로봇 '이브'가 나타나며 월-E의 길고 길었던 외로움이 기쁨으로 변한다.

이브는 지구에 생명체가 있는지 탐사를 하러온 로봇이였고, 이곳 저곳을 다니며 탐사를 하는 이브를 따라다니며 바라보다 그때부터 월-E는 사랑에 빠졌을 지 모른다.

월-E의 노력으로 '까칠한' 이브와 친해지게 되고, 두 로봇은 교감을 나눈다. 월-E는 '이브'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고, 어떤 상황이든 '이브'라는 말로 모든 감정을 표현한다.

두 로봇은 서로 사랑을 말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는내내 사랑이라는 감정이 느껴지는건 기분탓일까? 서로에 대한 걱정, 애정, 안타까움, 안도, 설렘이 이름을 부를때 다 표현이 된다는게 신기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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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는 월-E이가 준 식물을 받고 지구에 온 목적을 이룬다. 이와 동시에 이브가 데리러 올 우주선에 신호를 보내자 이브는 모든 전원이 꺼지고 반응이 없다.

월-E는 갑작스런 상황에 너무 당황하며 이브를 고쳐보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 그렇지만 이브가 살아있는 것처럼 데리고 다니며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다.

마침내 이브를 데리러 우주선이 도착했고, 이브를 태운 우주선에 매달려 월-E도 엑시엄으로 향한다. 그곳에 도착한 월-E는 새로운 광경에 다시한번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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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엄은 인간들이 쓰레기 섬이 되어버린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든 우주선이다.

원래 5년동안 지구를 떠나 있으면 청소 로봇이 지구를 깨끗하게 만들려는 계획이였으나 결국 실패 함으로써 무려 700년동안을 우주에서 떠돌게 되었다. 그러면서 인간의 머리속에서 지구는 점점 잊혀진다.

세대를 거듭하며 사람들은 너무나도 안락한 환경과 언제 어떤 것이든 공짜로 얻을 수 있는 풍족한 생활에 익숙해지고, 인공지능 로봇들이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서로 다툼도 시기도 없는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심지어 걸을 필요도 없어 의자에서만 생활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뚱뚱한 몸으로 살아간다. 이곳에서 인간은 편안함을 얻었지만, 두발로 땅을 디딜수도 없을만큼 나약해졌다.

월-E는 놀라운 광경을 뒤로하고 이브를 쫓아가다 선장의 방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이브는 다시 깨어난다. 월-E를 발견한 이브는 놀랍고 반가웠지만, 걱정도 가득해 보였다.

결국 엑시엄호를 관장하는 AI 오토의 계략으로 이브가 가져온 식물은 사라지고, 월-E와 이브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식물을 찾아낸다. 

그 사이 선장은 지구에 대해 알게되고, 원래 인간들이 지구로 귀환하는 것이 목적이였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동안 인간의 생존을 지켜주던 AI가 인간을 통제하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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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돌아가야만 해! (We have to go back)"

그들이 지구로 돌아가려 하는것은 지구가 엑시엄보다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라서가 아닌 지구가 어려움에 처해 있기에 자신들이 지구를 돌봐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세대를 거듭하며 한번도 본적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지구지만 막연한 그리움에 애정이 더해지며 그 순간 책임감으로 감정의 변화가 생긴것은 아닐까.

월-E가 이브에 대한 마음에 조건이 없었고, 그런 월-E를 보며 이브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듯이 인간들도 지구로 돌아와 아낌없는 사랑으로 결국 다시 아름다운 지구를 만들어 나간다.

이 영화를 굳이 분석해가며 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저 영화를 감상한 뒤 여운이 오래 남는, 순수한 사랑에 대해 감동받는 그 자체로도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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