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호주 국립대학 연구팀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아이가 부모에게 삶의 지혜를 배우듯 동물도 경험이 풍부한 개체를 통해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다양한 행동을 배운다. 새의 경우에는 지저귐이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연구를 통해 멸종 위기에 처한 호주 '꿀빨이새'(regent honeyeaters)가 개체수 감소로 고유의 노래 소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논문은 영국왕립학회 생명과학 저널인 '영국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에 실렸다. 

산림 개발과 기후 변화 등으로 생물의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동물들의 고유한 문화까지 사라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개체수의 감소가 야생 동물의 문화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호주 국립대학 연구팀은 최근 수년간 급감한 꿀빨이새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관련 내용은 아래 동영상에 잘 정리되어 있다. 

꿀빨이새는 호주의 토종 조류로, 예전에는 호주 동부 삼림 지대에서 널리 볼 수 있는 종이었다. 그러나 서식지 감소 등으로 최근 50년 동안 개체수가 급감해 현재는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 주(州) 일부 지역에만 서식하고 있다. 개체수는 불과 300마리 미만이다. 

꿀빨이새는 특징적이고 부드러운 노래를 통해 구애와 번식, 먹이 위치 등 중요한 의사소통을 한다. 인간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조류는 경험이 풍부한 동료의 노래를 듣고 대부분 약 1년에 걸쳐 발성을 습득한다. 

노래를 학습하는 과정은 새들의 보금자리와 성숙한 개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급격한 개체수 감소로 인해 성체로부터 발성 방법을 충분히 배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2015~2019년에 걸쳐 추적한 야생 꿀빨이새 총 47마리를 포함한 총 146마리의 울음 소리를 녹음해 분석했다. 그 결과 같은 야생 꿀빨이새라도 서식 범위에 따라 노래 소리가 다른 것을 발견했다. 이는 일반인이 들어도 명확하게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호주 국립대학 연구팀

또 47마리의 야생 꿀빨이새 가운데 18마리는 호주에 서식하는 다른 조류의 노래를 배웠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12%의 개체가 다른 새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야생 개체군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은 개체수가 적은 지역일수록 잘 나타났다. 이는 주변에 학습이 가능한 성체가 없으면 고유의 문화가 계승되지 못하고 결국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노래를 제대로 계승한 개체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리의 복잡성이 감소하고, 다른 새의 노래를 배운 개체는 짝짓기 가능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호주 국립대학 연구팀

연구팀은 "꿀빨이새의 노래 문화 상실은 멸종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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