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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세계에서 분당 100만 개에 가까운 페트병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대부분이 결국 매립 처분된다. 사용한 페트병을 씻어 물통 대신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위생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럿'(sciencealert)이 페트병 재사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페트병 원료인 폴리에틸렌(PET)은 가볍고 투명하며 비교적 열에도 강해 페트병 이외에도 식품 포장에 다수 사용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상태이며, 음식물과 접촉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터넷상에는 페트병에 포함된 화학 물질이 음료에 방출돼 암을 일으킨다는 설 등이 존재한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대표적 화학물질은 플라스틱 합성에 사용되는 비스페놀A(BPA)이다.

BPA는 내분비계에 타격을 주고 생식 기능과 신진대사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BPA는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나 에폭시 수지 등 강성(rigidity)이 높은 플라스틱에 주로 사용되며, 페트병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BPA 이외에 우려되는 물질로는 '안티몬'(Antimon)이라는 화학 물질이 있다. 페트병 제조 과정에서 촉매로 사용되는 안티몬은 발암 물질은 아니지만, 위험량을 섭취하면 구토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음료와 함께 페트병 내부에 녹아 나올 수 있는 안티몬의 위험성에 대해 수 개월간 조사한 2008년 연구에서는 안티몬 침출 자체는 확인했지만, 그 양이 위험치보다 훨씬 낮은 기준 이내로 나와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또 화학 물질 침출은 고온 조건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2008년 연구에서 기온이 60도~80도 조건에서 반년간 조사한 결과, 음료에 침출된 안티몬이 위험치에 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60도 조건에서 위험치에 도달할 때까지는 약 176일, 80도 조건에서는 하루 이상 걸려 장기간 페트병을 직사광선에 방치하지 않는다면 위험치에는 도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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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재사용과 관련해 마이크로 플라스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개봉 직후 페트병 음료는 93%의 비율로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세계 보건기구(WHO)가 마이크로 플라스틱 유해성을 조사한 결과, 마이크로 플라스틱은 인간의 건강에 심각한 유해성을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국 써리 대학의 우마르 압둘무탈립(Umar Abdulmutalib) 박사는 "새로운 페트병이 오래된 페트병보다 많은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르웨이 해양연구소 연구팀도 "세척된 페트병으로 물을 마시는 것이 새 페트병으로 물을 마시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페트병 재사용의 가장 큰 위험은 '페트병의 오염'이다. 페트병은 반복 사용을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손상될 수 있으며, 표면에 생긴 균열에서 미생물이 번식할 위험이 있다. 특히 내부에 습기가 있는 경우 오염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페트병 재사용에 대해 응답한 전문가 8명 가운데 6명은 "안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했다. 이어 "재사용시 가장 위험한 것은 마이크로 플라스틱이나 화학물질 침출이 아닌, 미생물 등에 의한 오염이기 때문에 페트병을 정기적으로 세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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