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급해진 스가 총리...거북이 백신 접종에 정치적 돌파구 '요원'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HK 방송화면 캡처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지난 16일로 취임 반년을 맞이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백신 접종 확산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거북이 접종 현황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중의원 선거와 재임 성공을 위해 지지율 회복이 절실하다. 지난 16일 방미 일정을 앞두고 화이자 백신을 맞은 그는 "코로나 확산을 막고, 안심할 수 있는 일상을 하루라도 빨리 되찾을 수 있도록 최우선으로 임하고 있다"며 "백신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면서,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어가고 싶다"고 언급했다. 

◆ 반토막 지지율에 백신에 사활 

백신은 임기가 6개월 남은 스가 정권의 정치적 돌파구라고 할 수 있다. 취임 후 빠르게 오른 지지율은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반 토막으로 하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지율이 그나마 다소 반등한 것도 2월 백신 접종이 계기였다. 

일본에선 4월 하순 이후 3600만명에 달하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 대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일본 정계에선 원활한 백신 접종 여부가 지지율 반등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지난 12일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위한 6월분까지의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총 1억 회 이상의 화이자 백신을 확보하며, 의료 종사자 및 고령자 4000만 명의 백신 공급에 한층 다가섰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화이자와 2021년에 1억 4400만회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6월까지는 적어도 전체의 70% 정도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 더딘 백신 접종 속도에 초조한 정부 

그러나 일본의 백신 공급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달 17일 의료진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화이자 백신 물량 도입 지연과 유럽연합(EU)의 수출통제로 접종이 사실상 크게 늦춰진 것. 

화이자 백신으로 2월 17일부터 의료계 종사자 선행 접종을 시작한 일본에선 한 달 동안 한 차례 이상 접종을 받은 인원이 불과 35만 수준이다. 16세 이상 접종 대상 인구 기준으로 0.3%에 그친다. 3월 16일까지 일본에 들어온 백신은 약 278만 회분(병당 6회 기준) 정도다.

닛테레 뉴스24(www.news24.jp) 방송 화면 캡처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닛테레 뉴스24 방송 화면 캡처

특수주사기 부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화이자 백신 1병당 접종 가능 횟수는 특수주사기의 경우 6차례지만, 주사기 부족으로 일본 정부는 백신 1병당 5차례 접종을 권고했다. 최근엔 접종을 늘리기 위해 당뇨병 환자에게 사용하는 인슐린용 주사기를 사용하자는 방법까지 제시됐다. 

로이터 통신은 이달 일본의 더딘 백신 접종 속도와 관련해 이 추세라면 일본 인구 모두를 접종하는 데 126년이 걸린다고 전했다. 

우선 접종 대상자로 분류된 의료종사자와 고령자 4000만 명의 백신은 확보했지만 지자체 공급량이나 접종 시기는 아직 불투명하다. 또 주요 도시 집단 접종 회장의 의사 확보율이 계획의 6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일본에선 백신 접종 부작용 사례로 가벼운 두드러기와 오한 증세 등이 보고되고 있으며, 3월 2일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60대 여성의 첫 사망 사례가 나왔다. 

후생노동성은 3월 12일 "60대 여성의 사망은 지주막하 출혈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현시점에선 정보가 부족해 백신 접종의 부작용인지 인과관계를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의 부작용 반응 보고를 바탕으로 화이자 백신의 안전성에는 심각한 우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 화이자 외 백신은 승인 대기 

한편 일본은 화이자 외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3월까지 3000만회분(1500만명)을 조달한 후 9000만회분(4500만명)을 제공받기로 계약했다. 모더나에서도 6월까지 4000만회분(2000만명)분, 9월까지 1000만회분(500만명)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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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는 후생노동성에 제조 판매 승인을 신청했지만, 일본에서의 임상 시험 데이터가 고르지 않아 아직 미승인 상태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 후 즉시 접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수입과 생산이 시작되었지만, 실제 접종이 가능한 시기는 불투명하다.  

최근 해외에선 AZ 백신이 혈전을 유발하는 사례가 보고되며 접종을 중단하고 있고, AZ 백신 접종자들의 이상 반응 신고도 이어지고 있다. 덴마크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건강 피해가 의심된다며 접종을 일시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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