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년 전 화성 북반구 대부분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을 것으로 추정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ASA/GSFC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최근 활발하게 탐사가 진행되고 있는 화성은 대기가 지구의 1% 정도에 불과하고 물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 황량한 행성이다. 하지만 수십억 년 전 화성은 두꺼운 대기로 둘러싸인 수심 100~1500m의 '바다'가 존재하는 물이 풍부한 곳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화성의 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취를 감추었으며, 미항공우주국(NASA)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촬영한 화성 표면 사진을 봐도 황량한 대지가 펼쳐진 모습밖에 볼 수 없다.

"화성에 존재한 물은 어디로 사라졌을까?"라는 의문에 대해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 연구팀이 발표한 새로운 논문은 "대량의 물이 화성 광물에 합성돼 행성 지각에 묻혔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1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 '대기탈출 이론'으론 화성 물 소실 규명 어려워  

화성에 존재한 물 소실과 관련해, 화성 대기에 수증기로 포함되어 있던 수분이 약한 중력과 태양풍으로 대기와 함께 우주 공간으로 사라졌다는 설이 있다. 

화성 남반구가 여름인 시기 특정 시간에 국소적으로 따뜻한 공기와 함께 수증기가 상승해 대기권 상층으로 이동하는데, 이때 일부 수증기 물 분자가 수소(H)와 하이드록실 라디칼(OH)로 분해, 이 중 수소가 먼지 폭풍과 겹치면서 우주 공간으로 이동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2008년 5월 화성 북위 68도 근처에 착륙한 탐사선 피닉스호에 의해 화성 지하에서 얼음 상태의 물이 존재하고 극지에 가까운 중·고위도 지역에 얼음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NASA 화성탐사선이 지표에 노출된 얼음을 고해상도로 촬영한 사진( 파란 색상은 이미지 처리)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ASA

NASA 제트추진연구소 소속 실뱅 피코(Sylvain Piqueux) 연구원은 지난 2019년 12월 "화성의 얼음은 표면 바로 아래에 있으며, 얼음을 파는 데 굴착기가 아닌 삽을 사용해도 될 정도"라고 주장했다  

◆ 화성 물, 30~99%는 지각 속에 갇혀있을 것  

이런 가운데 미 캘리포니아 공대와 NASA 제트추진연구소 연구팀은 화성에서 사라진 물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 화성 탐사선 데이터와 운석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물의 증거를 찾기 위해 수증기·액체·얼음 등의 형태로 화성에 존재하는 물의 양, 대기와 표면의 화학 조성 등을 확인하는 한편 수소의 종류에 초점을 맞췄다. 

중수소(deuterium)는 수소의 동위원소 중 하나로 양성자 1개와 중성자 1개로 이루어진 중양성자를 원자핵으로 가지는 원소로, 원자핵이 양성자 1개로 구성된 일반 수소보다 무겁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중수소와 수소의 비율은 0.02%다. 일반적으로 수소는 중수소보다 가벼워 대기와 함께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기 쉬워, 만약 화성에 존재한 물이 우주 공간으로 사라졌다면 이론적으로 화성에 남아있는 중수소 비율이 평소보다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 원래 화성에 있던 물의 양이나 화성에서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간 수소의 양을 고려하면 현재 화성에서 중수소와 수소 비율은 대기 손실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토대로 "화성의 물은 대기권을 통해 우주로 사라졌을 뿐 아니라, 지각의 광물에 묻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 공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에바 셸러(Eva Scheller) 연구원은 "화성의 물이 수소 형태로 우주로 빠져갔다는 추정은 화성에 한때 존재했던 대량의 물에 대한 데이터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이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화성에 존재하는 물의 30~99%가 지각 내 광물(mineral)에 갇혀있을 가능성이 있다.

퍼시비어런스가 촬영한 화성 사진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ASA 

광물과 물이 반응해 광물 내에 물이 갇히는 현상은 화성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광물 결정 구조에 물이 채워진 함수 광물(hydrous mineral)은 지구에도 존재한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화산 활동을 통해 광물의 물이 대기로 방출돼 순환하기 때문에 그 상태가 계속되지 않는 것. 

반면, 화성은 화산 활동이 없어 광물에 갇힌 물은 그대로 유지된다. 셸러 연구원은 "이 물은 꽤 빠른 단계에서 분리된 후 순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연구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화성의 물은 약 40~37억년 전 사이 대부분이 사라져, 약 30억 년 전에 현재와 거의 같은 건조한 화성의 모습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베서니 앨먼(Bethany Ehlmann) 미 캘리포니아 공대 행성과학과 교수는 "기존의 대기 탈출 이론도 분명 영향을 미쳤겠지만, 지난 10년에 걸친 화성 탐사 결과는 '고대 함수광물에 의한 물 저장고'의 존재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셸러 연구원은 NASA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퍼시비어런스가 수집한 데이터와 연구팀 모델을 조합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보한 모델을 검증하고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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