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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대면’이 아닌 전화와 통화앱을 통한 상호작용이 늘고 있다. 그러나 전화 통화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전화 공포증(Call phobia)을 겪는 사람도 존재한다.

심리학자인 일함 세바(Ilham Sebah) 영국 로열할러웨이 런던대 교수가 사람들이 왜 전화공포증을 겪게 되는지, 어떻게 하면 전화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호주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해설했다. 

전화 공포증까지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통화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다. 영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2019년 조사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40%, 밀레니얼 세대의 76%가 전화가 울리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일함 세바 교수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영국 로열할러웨이 런던대 홈페이지

국내에서도 2020년 잡코리아가 성인남녀 518명을 대상으로 '전화공포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3.1%가 전화 공포증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 성인의 58%가 전화보다 메신저나 문자 등 비대면 의사소통이 익숙하다고 답했다. 성인남녀들이 가장 선호하는 의사소통 방식이 통화에서 문자나 메신저 등을 활용한 비대면 의사소통으로 변화한 것이다. 

전화 공포증은 통화를 기피하는 사람 중에서도 특히 전화에 반응한 특정 증상을 동반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회 공포증을 겪는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전화가 오면 시간을 끌거나 아예 받지 않는다 ▲통화 전후나 전화 도중에 극도의 불안과 긴장감을 느낀다 ▲본인의 발언에 집착하고 걱정한다 ▲전화에 반응한 구토·호흡곤란·현기증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심박수가 증가한다 등이 있다. 

◆ 전화 공포증의 원인은? 

대면 대화는 몸짓·신체 언어·눈 맞춤 등 사회적 단서를 포함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이에 반해 전화는 목소리만을 단서로 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이에 대면 대화에 문제가 없는 사람도 전화 통화는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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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면 대화 시에는 상대방이 아닌 주위 환경·소음·스마트폰 메시지 등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이러한 여유는 대화를 좀 더 편하게 느끼도록 한다. 그러나 통화는 상대방의 목소리 이외에 산만한 외부요인이 없어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최근 문자와 메신저 소통이 일반화되고 있다. 언어적 소통이 메신저나 SNS로 대체되고 비언어적 문맥은 이모티콘으로 보완되고 있어 전화공포증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세바 박사는 전화 공포증은 문자와 비대면 소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메시지 교환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부담이 덜하고 말실수를 줄일 수 있지만, 전화는 상대와 실시간으로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약간의 침묵도 어색하게 느낄 수 있다. 

또 전화는 말을 시작하기 전에 답을 생각할 여유가 적어 대답이 충동적이고 위험하다고 느낄 수 있고, 원하지 않는 대답 및 대화 주제도 거르기가 어렵다. 

◆ 전화 공포증, 어떻게 치료해야 좋을까?

전화 공포증을 겪는 사람들은 가급적 전화를 피하려고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오히려 더 많은 통화를 하는 것"이라고 세바 박사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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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공포증은 경험 부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전화 통화를 늘릴수록 불안이 줄어들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국내 조사에서도 연령대가 낮은 취업 준비생의 전화공포증 응답률이 57.7%로 가장 높았다.

세바 박사는 "우선 전화로 얘기해야 할 사람의 목록을 작성하고, 미리 전화 내용을 시뮬레이션해본다. 그리고 통화가 끝나면 자신을 인정함으로써 동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이며, 상담 및 대화 요법을 통해 전화 공포증을 극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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