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김봉진 스타트업 신화의 실천…한국사회 잔잔한 ‘파장’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10년 전 창업 초기 20명도 안되는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빌게이츠와 워런버핏의 기사를 보면서 만약 성공한다면 더 기빙 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꿈꾸었는데요. 오늘 선언을 하게 된 것이 무척 감격스럽습니다.…(중략) 그렇게 누군가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주시길 바랍니다.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의장)

“받은 만큼 세상에 되돌려 주겠다.”…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이 들어본 말이다. 세상으로부터 받은 관심 덕분에 성공한 사람들이 평소 입버릇처럼 내뱉는 이 말을 실천한 이를 본적이 거의 없다. 내가 가진 재산의 절반을 세상에 되돌려 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탐욕’…누군가 부(富)의 탑을 짓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나의 재산이 불어날수록 높아지는 ‘부의 탑’ 쌓기를 중도에서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더 높이, 그리고 더 웅장하게, 이게 바로 사람이 가진 ‘탐욕’이다.

“나는 성공하면 꼭 내가 받은 만큼 세상에 베풀고 살겠다.”라는 다짐은 시간이 지날수록, 재산의 덩치가 더욱 커질수록 ‘탐욕’에 희석되기 쉽다. 결국 인간은 성공을 통해 부를 축적할수록 탐욕에 지배되고 그 탐욕으로 인해 과거 자신이 머릿속에 그렸던 세상을 향한 나눔의 꿈을 깨기 마련이다.

국내 최대 배달 앱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세계 부호들의 기부 클럽인 ‘더 기빙 플레지’의 서약서에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고 기부를 약속했다.

‘더 기빙 플레지’는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환원을 약속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 운동이다. 재산의 절반 이상(최소 약 55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이들이 모였다.

기빙 플레지의 기부 서약자로 인정받으려면 재산 형성 과정 실사와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등 까다로운 자격 심사를 거쳐야 한다.

@데일리포스트=김봉진 의장이 2017년 약속한 100억 기부금 사용처
@데일리포스트=김봉진 의장이 2017년 약속한 100억 기부금 사용처

현재 24개국, 218명(공동명의는 1명)이 클럽에 가입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CEO 앨런 머스크,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회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있다. 한국인은 김 의장이 최초다.

세상으로부터 받은 성공의 열매를 세상에 베푸는 현상은 김봉진 의장 뿐만은 아니다. 최근 자신이 보유한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역시 5조원 규모의 기부 계획을 공개하면서 스타트업 기업가들의 ‘실천’ 행보에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팍팍해진 대한민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

IT 기반의 혁신 기술을 통해 성장한 이 두 기업 창업주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세상과 나눔’이다. 성공 가두를 달리며 남보다 많은 재산을 일궈낸 이들은 결코 세상을 외면하지 않았다.

어떤 부자와 같은 쇼맨십을 통한 반짝 ‘미담(美談)’이 아닌 세상이 자신들에게 부여한 과분한 부(富)를 세상에 환원하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는 ‘아름다운 실천가’들이다.

현재 김 의장의 재산은 지난해 배달의민족을 매각하면서 인수한 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로부터 받은 주식 가치 등을 포함하면 1조 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부 규모는 최소 5,5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우아한형제들 지분 9.9%를 가진 김봉진 의장은 매각을 통해 4,800억 원대 규모의 자산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됐고, 1년 사이 주가가 2.6배 이상 오르면서 김 의장 몫의 자산도 증가했다.

김봉진 의장은 “대한민국의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햑교 때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 외에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지난 2017년 100억 원 기부를 지켜내고 지금까지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더 크 환원을 결정하려 한다.”고 기부 결정의 변을 밝혔다.

한편 김 의장은 지난 2017년 100억 원 기부를 약속한 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랑의열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등 재단과 협회를 비롯해 월드투게더와 밥퍼나눔운동본부, 서울예술대학 같은 NGO, 학교 등에 총 100억 3100만 원을 기부하고 자신의 첫 번째 기부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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