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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여성만으로 구성된 부족 ‘아마존’은 순종적인 여성들이 아닌, 용맹스런 전사로 묘사된다. 또 말을 잘 타고 칼·창·활에 두루 능해 그리스신화 속 수많은 전투에 참가했다. 

과학 뉴스미디어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가 "아마존은 실제로 존재했는가?"라는 의문에 대해 정리했다.

아마존은 당시 그리스인에게 미개의 땅이었던 흑해 연안을 중심으로 살았으며, 그리스 신화의 영웅인 헤라클레스가 아마존 여왕 히폴리테의 허리띠를 가져오는 것이 12고행 중 하나로 등장하기도 한다. 또 트로이 전쟁에 아마존 여왕과 여전사들이 참전했다는 이야기 등이 전해지고 있다.

오랫동안 아마존의 존재는 허구로 여겨져 왔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화 속 아마존 지배 지역에서 매장된 여성 전사의 유골이 연이어 발견됐다. 수천 년 전에 존재한 여전사는 기원전 9세기~기원후 4세기까지 존재한 유목 기마 민족인 스키타이족(Scythae) 여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키타이 소녀의 유골ⓒ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Institute of Archaeology, Russian Academy of Sciences

2019년 러시아 서부에서 2500년 전에 매장된 2명의 스키타이 여전사를 발견했고, 1988년 러시아 연방 투바공화국에서 발견된 전사의 유골은 13세 이하 여성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신은 도끼·활·칼·승마용 하네스 등 부장품과 함께 발견됐으며, 당시 여성이 전사로 전투에 참가하는 것이 드물지 않았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역사학자인 아드리안 메이어 박사는 "고고학의 발전으로 한때 판타지로 여겨진 아마존 신화가 사실은 여성 초원 유목민에 대한 일부 정확한 설명을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메이어 박사에 따르면, 고고학자들은 지금까지 말과 무기와 함께 매장된 여성 전사 300여 명 이상의 유골을 발견했으며 연령층은 10~45세까지 다양하다. 

스키타이족은 흑해 연안에서 중국 주변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에서 생활했으며, 와인을 물로 희석해 마신 그리스인과는 달리 원액의 와인을 마시고 대마초를 피우기도 했다. 또 영구 동토층에서 발견된 스키타이 시신에서 피부에 새겨진 환상적인 동물 문신도 확인됐다.

남러시아 일원을 중심으로 수세기 동안 활동한 스키타이의 무사정신 및 사회의 군사적 성격은 마구(馬具)와 기마전술용 무기가 발달한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물 중에는 안장··청동제 갑옷·활·방패·단검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스키타이 족의 무기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A. Yu. Makeeva / Kilunovskaya 외, Stratum Plus, 2020

물론 스키타이는 신화처럼 여성만으로 구성된 사회는 아니었지만, 많은 여성이 남성처럼 생활하고 일부는 사냥과 전투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메이어 박사는 "발견된 스키타이 여성의 약 3분의 1이 무기와 함께 묻혀있고 남성과 마찬가지로 전쟁으로 인한 부상 흔적이 다수 발견된다"며 "거친 초원을 이동하는 유목 민족이었기 때문에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공격과 방어를 함께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 세기 동안 아마존 신화는 활을 더 잘 쏘기 위해 가슴을 자르고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살해했다는 등 근거 없는 이야기로 장식되었다. 

하지만 고고학 연구와 DNA 기술의 발전 속에 오늘날 우리는 신화 뒤에 숨겨진 진정한 여전사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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