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회장 교체..미야카와 사장이 향후 경영권 주도
경영 일선서 물러나 '창업자 이사' 맡을 예정
그룹 전략 및 투자 기업 협력 담당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소프트뱅크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소프트뱅크를 이끌어 온 재일교포 3세 손정의 회장(孫正義·손 마사요시)이 경영 일선에서 한걸음 물러난다고 밝혔다. 

창업 40년 만에 회장직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향후 그룹 전반의 투자 기업 협력 및 그룹 핵심 전략은 계속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이번 인적 변화가 소프트뱅크의 향후 사업 개편으로도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오는 4월 1일 자 인사에서 미야카와 준이치 현 부사장(55)을 사장 겸 최고경영자로 승진시키고 미야우치 겐 현 사장 겸 CEO는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다. 손정의는 회장직을 내려놓고 '창업자 이사'직을 맡게 된다. 

◆ 40년간 소프트뱅크를 이끈 손정의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경영 리더로 꼽히는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 낸 장본인이자 일본 IT 업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7년 일본에서 태어난 손 회장은 한국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재일교포 3세다. 그는 학부 졸업 이후 1981년 PC 소프트회사를 설립한 뒤 과감한 인수합병과 지분투자로 회사를 성장시키며 40여년간 이끌었다. 

1996년 설립 1년 미만 기업인 야후(Yahoo)의 가치를 확신한 손 회장은 35% 지분을 불과 100억엔에 인수해 일본 최고 포털 ‘야후재팬(Yahoo Japan)’으로 키워냈으며 2001년 통신사업에 진출 ‘보다폰’ 일본 법인을 매입한 결과 소프트뱅크를 일본 3위 통신 기업으로 발돋움시켰다.

이후에도 각종 합병을 통해 끊임없이 사업을 확장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최근에는 비전펀드를 설립해 대형 IT 기업 및 유망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해 주식 시장의 '큰 손'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소프트뱅크

그러나 최근 미국 사무실 공유 서비스 기업 '위워크(WeWork)'의 기업공개(IPO) 실패와 코로나 사태 이후 우버에서 발생한 대규모 투자손실, 반려견 산책 대행앱 ‘왜그 랩스(Wag Labs)’ 사업 철수 등 잇따른 투자 실패로 부침을 겪어 왔다. 

지난해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일정 수준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부채 발행이 가능했던 것은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알리바바 주식 약 115억달러를 매각해 현금을 보유한 덕이 크다. 소프트뱅크는 아울러 T모바일 지분도 일부 매각해 약 200억달러의 현금 자산을 추가로 확보해 위기 돌파에 힘을 쏟았다. 

◆ 본격적 세대교체의 신호탄인가? 

이번 인사는 그간 손 회장이 이끌던 소프트뱅크의 본격적인 경영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오는 3월 산하 Z홀딩스(ZHD)와 라인의 경영 통합을 계기로 체제를 개편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올봄이 세대교체에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는 미야우치 겐 현 사장 겸 CEO는 소프트뱅크의 터줏대감으로 일본에선 손정의 회장의 오른팔로 통한다. 지난 2015년 소프트뱅크 사장에 취임했다. 야후와 라인의 통합을 포함한 그룹 전체를 통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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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임 사장인 미야카와는 IT 관련 기업을 창업한 후 2003년 소프트뱅크 자회사 ‘소프트뱅크 BB’ 이사로 이직했다. 그는 소프트뱅크가 2006년 영국 보다폰 일본법인 인수로 이통사업에 진출한 후 통신 전문가로서 큰 역할을 해 왔다. 2019년부터는 도요타 자동차와 공동 출자한 자율주행 개발 회사의 사장직을 맡고 있다.

통신업계는 '5G'와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첨단 기술에 밝은 미야카와가 5G 이동통신 및 자율주행차 등을 지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다. 

또 NHK는 "이번 결정은 경영진 세대교체의 추진과 동시에, 미야카와 차기 사장이 주도하는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소프트뱅크가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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