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심오한 영화 '컨택트'가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

ⓒ데일리포스트=영화 컨택트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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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손희연 기자]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면, 외계인과 지구인은 서로 공존하면서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 이같은 상상은 누구나 한번 쯤 해볼 것이다. 이런 상상력을 펼친 영화가 있다. 바로 컨택트(Contact)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영화 인터스텔라가 물리학을 기반으로 이과적인 개념에서 풀어냈다면, 컨택트는 언어라는 문과적인 개념으로 풀어낸 영화다. 

영화 컨택트의 원제목은 'Arrival'이며 도착 혹은 도달을 의미한다. 영화에서 외계인과 지구인이 서로 과거-현재-미래를 동시적으로 인식하느냐를 다룬다.

어느 날 외계인(햅타포드)을 태운 12개의 비행물체(쉘)가 지구 곳곳에 착륙한다. 세계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세계 금융은 붕괴하고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난다. 정치·사회·문화·종교 등 우리의 모든 문명이 흔들린다. 

이 가운데 영화의 두 주인공인 최고의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 박사와 과학자 이안 도넬리이 등장한다. 두 주인공의 미션은 외계인이 왜 지구에 왔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두 주인공은 쉘에 접촉해 외계인들의 말이 아닌 시각적 수단을 통해 소통함을 알아낸다. 루이스는 그들의 언어를 알아내기보다, 우리가 쓰는 언어를 먼저 알려주고 이입시켜야 하며 어휘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인간이라는 글씨를 그들에게 보여준다. 

쉘의 특징은 어떠한 화학성분을 알지 못한다. 외계인들끼리도 교신을 할 텐데 지구인으로서는 탐지가 안 된다.

루이스는 깨닫는다. 인간의 언어와 달리 그들의 글을 표의 문자다. 뜻만 전달하고 소리하고는 무관한, 그들에겐 우리의 글이 방해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언어에 몰입하면 사고의 방식도 그 언어에 따라 바뀐다
사용하는 언어가 생각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루이스가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꿈을 꾸는 듯한 회상 장면에선 딸(한나)이 나온다. 루이스는 딸과의 대화를 통해 외계인의 언어를 풀어낼 수 있는 힌트를 얻고 소통 방식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미래의 딸을 통해 루이스는 외계인의 언어인 햅타포드어를 해석하게 된다. 외계인이 말하는 '무기를 주다'라는 말은 나중에 '선물을 주다'라는 것임을 알아내고, 외계인이 지구인을 돕기 위해 온 것도 깨닫는다. 

이에 루이스는 외계인의 언어를 이해함과 동시에 그들처럼 생각하고 사고할 수 있는 최초의 지구인이 된다. 세계의 혼란을 막고 외계인의 언어를 해독해 그들의 언어를 쓸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언어인 사고방식은 과거-현재-미래로 흘러간다. 하지만 외계인의 언어는 원형으로서 과거-현재-미래가 동등하다. 

인간은 시간을 평면적으로 인식한다. 인간의 언어들은 이에 따라 선형구조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외계인의 언어인 헵타포드는 시간을 입체적으로 인식한다. 외계인은 과거-현재-미래를 통째로 인식하는 비선형구조로 나타난다. 

이는 ‘언어결정론’ 이론이다. 언어결정론은 우리 언어가 우리의 사고를 규정한다. <샤피어 워프 가설>이라고도 불린다.

이에 따라 루이스가 외계인의 언어를 해석하게 되면서 미래를 볼 수 있게 된다. 루이스가 외계인의 언어를 이해하자, 외계인은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이제 처음과 끝이 별 의미가 없어

한나는 루이스와 이안의 딸이다. 루이스가 본 미래 속의 자신의 딸인 셈이다. 한나는 불치병으로 삶을 마감하고, 이안은 루이스의 곁을 떠난다. 루이스는 자신의 미래를 알면서도, 그 미래를 살아간다.

영화를 통해 두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외계인과 지구인이 서로를 인식하면서 공존할수 있는 것인가? 라는 물음이다. 영화는 언어를 통해 서로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느냐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루이스는 외계인의 언어를 해석해 그들의 시간을 동시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 힘으로 서로가 하나가 됨을 보여주면서 마무리를 짓는다. 두 번째는 미래를 알면서도 그대로 살아갈 수 있냐이다. 영화 속 주인공 루이스는 자신의 미래를 알면서도 그 삶을 살아간다. 당신은 자신의 미래를 알게 된다면, 미래를 바꿀 것인가. 그대로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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