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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세계 각지에서 도시 봉쇄와 거리두기 등 다양한 대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사태의 장기화 속에 많은 사람이 우울감과 무기력 등의 정신적 스트레스,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소년들은 성인과 달리 코로나19 이후 정신 건강이 개선됐다"는 의외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인뿐 아니라 학생들도 수업을 원격으로 전환하거나 친구와의 만남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다.

이에 미국 브리검 영 대학,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Institute for Family Studies 연구팀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청소년 감정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1523명의 미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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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2020년 5월~7월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 ▲가족과 보내는 시간 ▲수면 습관▲테크놀로지(IT) 이용 ▲인종 차별 관련 항의 활동에 대한 견해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정신 건강은 ▲인생에 대한 불만 ▲불행도 ▲우울감 ▲고독감(외로움) 등 4가지 척도로 평가했다.

이후 이번 조사를 2018년 진행한 청소년 정신건강 조사 내용과 대조한 결과, "청소년의 정신 건강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악화되지 않았으며 일부 측면에서는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래는 정신 건강에 관한 2018년 조사 결과와 코로나19 이후 학기중과 방학중 조사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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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선으로 표시된 '고독감'과 검은 점선으로 표시한 '우울감'이 2018년에 비해 코로나19 유행 동안 크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노란선으로 표시된 '인생에 대한 불만'과 노란색 점선으로 표시된 '불행도'는 2018년과 코로나19 유행에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이끈 샌디에이고 주립대 진 트웬지(Jean Twenge) 심리학 교수는 "지난 5~6년간 청소년의 정신 건강이 급속히 나빠지는 추세를 보여, 당초 청소년의 정신 건강이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청소년 정신 건강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나타낸 것에 연구팀은 "생활 습관의 변화"가 그 이유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 첫 번째 이유로 연구팀이 거론한 것은 '수면 습관의 변화'다. 2018년 조사에서 '보통 7시간 이상 잔다'고 답변한 청소년은 전체의 55%였지만, 코로나19 이후 학기 중에 무려 84%의 청소년이 '7시간 이상 잔다'고 응답했다. 온라인 수업으로 통학 시간이 사라지면서 전보다 늦게까지 잘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직장인의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청소년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점도 부정적 영향을 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청소년의 56%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이전보다 부모와의 대화가 늘었다"고 답했고,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빈도가 늘었다"는 응답도 54%에 달했다.

특히 연구팀은 "코로나19 이후 가족의 거리가 좁혀졌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전체의 68%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가족의 거리가 좁혀졌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정신 건강의 악화를 경험한 비율은 15%에 그쳤던 반면, 가족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27%가 정신 건강의 악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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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웬지 교수는 "일반적으로 청소년은 부모와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래 친구 관계가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로 청소년들도 부모와의 친밀감을 원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어떤 의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몇 안 되는 혜택"이라고 언급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청소년의 53%가 "코로나19에 대한 경험으로 스스로가 강하고 회복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경험한 청소년이 본인의 성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청소년들 역시 코로나19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전체의 29%가 "코로나19 판정을 받은 사람을 알고 있다"고 밝혔고, 가정의 자금 사정을 걱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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