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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스카치위스키(Scotch whisky)는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술이다. 스카치위스키협회는 2019년 약 13억 병의 스카치위스키가 180개국에 수출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빈티지 스카치위스키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생산 기간이 위조된 스카치위스키가 시중에 많이 나돌고 있다. 

위스키에 포함된 '탄소14' 방사성 동위 원소에 착안해,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을 실시한 2020년 연구에서는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이 라벨에 기재된 만큼 오래되지 않은 위조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1863년 제조로 기재된 위스키는 실제로는 2007년~2014년 사이에 증류된 것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빈티지 위스키 전문 업체인 ‘레어 위스키(Rare Whisky)101’의 데이비드 로버트슨(David Robertson) 대표는 "1900년 이전 위스키는 진짜라고 입증되기 전까지 모조품이라고 추정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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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과학자들은 위조 문제 해결을 위해 위스키를 화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왔다.  

위스키는 독특한 색과 향, 맛을 구성하는 수천 개의 화합물을 포함한 화학적으로 복잡한 액체다. 각 위스키의 생산 방법과 숙성도에 따라 화학적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위스키의 화학 물질 조사를 통한 위조 위스키 판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2019년에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 연구팀이 미세한 금(Au)과 알루미늄(AI) 조각 200만개를 격자 배열로 구성한 '인공 혀'라고 명명된 바이메탈(bimetal) 센서를 개발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 연구팀

센서에 위스키 등 시료를 떨어뜨려 빛을 쬐면 금속 조각이나 금속 조각 표면에 도포된 화학 물질이 시료 분자의 종류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파장의 빛을 반사시킨다. 이러한 표면 플라즈몬 공명을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시료가 어떤 액체인지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당시 연구팀이 수행한 실험에서 인공 혀는 같은 증류 위스키이지만 숙성 기간 등이 다른 글렌피딕 12년, 15년, 18년산을 99%의 정확도로 분별해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액체를 직접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위스키를 직접 구매하기 전에는 식별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 연구팀이 최근 병에 위스키가 담긴 상태로 위조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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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빛을 물질에 조사(照射)해 투과·반사·흡수되는 빛의 스펙트럼을 통해 대상에 포함된 성분을 분석하는 분광법(spectroscopy)은 직접 물체에 닿지 않고 화학 성분을 조사 할 수 있다.

하지만 병에 사용되는 유리 자체가 스펙트럼을 생성하기 때문에 내부 액체를 분광법으로 조사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존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원뿔형 렌즈를 활용해 병 내부에 빛을 집중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아래 이미지 A처럼 원뿔형 렌즈를 통해 레이저 빛을 조사하면, 렌즈(L2)를 통과하면서 점차 좁혀져 몇 센티미터 앞에서 수렴된다. 이미지 B를 보면 빛의 고리가 렌즈에서 멀어질수록 줄어들어 결국 점으로 모이는 것을 알 수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 연구팀

아래 그림 A를 보면 이해하기가 좀 더 쉽다. 병 표면에 닿은 시점의 레이저 빛은 고리 모양이지만 병 내부에 빛이 모이면서 유리 자체가 만들어내는 스펙트럼의 영향을 피할 수 있게 된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 연구팀

이 방법을 이용하면 위스키 병을 열지 않고도 내부의 화학 성분을 조사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위스키의 신뢰성을 테스트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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