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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LSD는 심오한 경험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 중 하나였지요. LSD는 사물에 이면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애플 전 CEO 스티브 잡스)

LSD(리서직산 디에틸아마이드:lysergic acid diethylamide)는 강력한 환각제의 일종으로 미국에서도 1급 마약으로 분류된 약물이다. 국내에서는 홍정욱 전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의 딸 홍모(20)씨가 밀반입해 재판을 받으면서 더 알려졌다.    

LSD를 비롯한 환각제는 많은 국가에서 불법 약물로 지정되어 있지만, 치료약 활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환각제를 투여한 사람의 뇌는 아이의 뇌 상태가 된다"는 '피닉스 효과(Phoenix Effect)'에 대한 관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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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D 등의 환각제를 사용한 연구는 오랜 동안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2014년 로빈 카허트 해리스(Robin Carhart-Harris) 박사가 40년 만에 연구 목적으로 사람 대상의 LSD 투여 허가를 받으면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해리스 박사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신경정신약리학센터에서 환각제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로, 약물 투여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환각제를 사용한 우울증 등 심리치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2017년 해리스 박사는 환각 버섯이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버섯에는 '사일로시빈(Psilocybin)'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체내에 흡수되면 '사일로신(Psilocin)'이라는 물질로 전환된다. 이는 우리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 '세로토닌(Serotonin)'과 흡사한 구조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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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박사 연구팀이 버섯 추출물을 활용해 임상 시험을 진행한 결과, 우울증·망상 등의 정신 질환과 암 투병 환자의 정신 건강 개선에 뛰어난 효능을 보인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해리스 박사는 '환각제가 두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성과를 보여준다. 그 중 하나가 "환각제를 투여 받은 사람의 뇌는 아이의 뇌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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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단계에 있는 아동의 뇌는 성숙한 성인의 뇌에 비해 '세로토닌’ 분비량이 많은 것을 비롯해 다양한 차이점을 보인다. fMRI로 어린이와 어른의 뇌를 스캔한 실험에서는 타인의 생각·의도·느낌 등을 이해하는 능력인 '마음이론(TOM: theory of mind)'과 관련된 뇌의 네트워크와 통증 관련 네트워크에서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의 뇌는 아이의 뇌에 비해 이러한 네트워크의 활동이 적다. 그러나 LSD를 투여 받은 성인은 뇌 전체의 연결이 증가하고 평상시 연결되지 않는 부분도 이어진다. 이에 LSD의 효과가 나타날 때의 뇌는 유아의 뇌 활동과 유사해진다고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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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이의 뇌는 성인 뇌에 비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의 활동이 적게 나타난다. 이는 간단히 말하자면 '멍 때리는 능력(wandering mind)'이라고 볼 수 있는데, 무언가에 집중하지 않고 잠깐씩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쉴 때 활성화된다. DMN의 감소는 환각제를 투여 받은 사람에게도 볼 수 있다.

이처럼 "환각제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는 가설을 '피닉스 효과'라고 한다. 환각제의 피닉스 효과로 사람들은 어른이 아닌 순수한 어린 시절로 잠시 돌아가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의 뇌 상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해리스 박사는 "1분 동안 모든 것이 이상하게 느껴져  웃음이 나고 행복한 상태에서, 다음 1분은 갑자기 기분이 바뀌어 통곡을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감정의 섬세함과 놀라운 상상력이 환각제로 인해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막연히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른의 감각이 아이에 비해 둔한 것은 상처나 시련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경험의 축적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피닉스 효과는 아직 과학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구글은 최근 광고로 모집한 실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사일로시빈(Psilocybin)’을 투여해 fMRI로 뇌를 검사하고 별도로 수집한 7세 미만 어린이의 뇌를 스캔한 이미지와 비교하는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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