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오 병원을 나온 아베 신조 총리ⓒ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TBS 뉴스 화면 캡처 
게이오대 병원을 나온 아베 신조 총리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TBS 뉴스 화면 캡처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건강이상설이 대두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시간의 병원 검진을 받으면서 일본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아베 집권 이후 그의 거취와 관련해 이 정도까지 논란이 일었던 것은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성장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건강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권력 기반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 '사면초가' 아베....2개월 만에 또 건강검진

마이니치 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7일 도쿄 게이오대 병원에서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7시간 이상 건강검진을 받았다. 해당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지 두 달여 만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아베 총리는 건강 상태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수고하셨습니다"라고만 답한 채 자리를 떠났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마이니치 신문 

관저는 여름휴가를 이용해 검진을 받았을 뿐이라며 통상적 건강 체크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예고 없는 병원행에 불과 두 달여 만의 재검진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은 공식 기자회견을 꺼리기 시작한 지난 6월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6월 18일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50여 일 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6일과 9일 75주년 원폭의날 기념행사에는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진데다 피로감이 느껴지는 안색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키웠다. 

지난 4일 일본 주간지 '플래시'는 7월 6일 관저 집무실에서 아베 총리가 토혈했다고 보도해 큰 파장이 일었으며, 이 외에도 건강 이상에 무게를 싣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제1차 집권 말기인 2007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로 인해 1년 만에 스스로 사임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17세 때부터 대장염으로 고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아베 총리의 병원행을 일종의 ‘쇼’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6월 이후 코로나 확산과 경제 침체와 관련해 제대로 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야당의 임시국회 개회 요구도 미루고 있는 현 상황을 정당화하려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견해다.

◆ 흔들리는 입지...사임설도 제기

아베총리는 오는 24일로 재임일수 기준 역대 최장수 재임 총리가 된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아베 총리의지지 기반의 근간이었던 ‘아베노믹스’가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는 전분기 대비 7.8% 하락했고 연율로 환산하면 무려 –27.8%에 달한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일본 주간지 '플래시(FLASH)'

여기에 일본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도쿄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어, 코로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8일 기준 5만7569명으로 급증했다. 

일각에선 총리의 사임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자민당 의원의 말을 인용해 총리의 사임도 시야에 넣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한 간부는 “총리의 몸 상태가 어떤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또 다른 신진 의원은 “혹시 정말로 몸 상태가 나쁜 것이라면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후임은 누구?...'포스트 아베' 발언에도 촉각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 최측근들이 건강이상설에 대한 입장을 내놓아 주목된다. 

아베 총리가 직접 후계자로 밀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17일 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코로나19 대책으로 격무에 시달린 것은 틀림없다. 쉬는 날 없이 더운 여름을 맞아 피로가 쌓여 있을 것”이라며 건강이상설 진화에 나섰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날 그는 아베 총리의 숙원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개헌에 대해 “헌법은 나라의 기본이다. 만약 총리가 된다면 헌법 문제도 확실히 임하겠다”며 본인이 총리가 된 상황을 가정한 발언을 내놓았다. 

한편, 지지통신이 조사한 차기 총리 여론조사에선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간사장이 24.6%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의원내각제인 일본의 총리는 관례상 여당 총재가 맡아 왔다. 이시바 전 간사장의 경우 당내 기반이 약하고, 아베 총리도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총리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다른 측근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147일 연속으로 휴일 없이 일한다면 누구나 몸 상태가 나빠질 것이다. 건강관리도 업무의 연장인 만큼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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