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라쿠텐홈페이지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라쿠텐은 명실상부한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다. 이는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浩史) 현 라쿠텐 회장이 1997년 불모지였던 일본 인터넷 비즈니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일궈낸 성과다. 

라쿠텐은 2018년 이후 매출액이 1조엔을 돌파하며, 1997년 창업 이후 불과 20년 만에 매출 1조엔 반열에 오르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규모는 1조 2639억엔(약 14조 1,030억)에 달한다.  

◆ 진입 장벽을 낮춘 시스템 구축→성공적인 사업 확장 

하버드 출신인 미키타니 라쿠텐 회장은 창업 당시 컴퓨터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쉽게 온라인 점포를 만들 수 있는 독자 시스템을 구축해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8개월을 투자해 개발한 독자 시스템 RMS(Rakuten merchant server)는 시스템 접근이 용이하면서도 점포 디자인이나 상품 구성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어 점포주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했다. 초기비용은 아예 받지 않았고 부담으로 작용했던 출점 비용도 대폭 줄였다. 

2000년 주식 공개를 통해 기업 인지도를 크게 향상시킨 라쿠텐은 2006년 오프라인 진출을 핵심으로 하는 ‘라쿠텐 경제권’을 선언한다. 이후 본업인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M&A를 통해 금융 사업과 여행, 포털 서비스, 프로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승승장구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라쿠텐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와 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일본 최대 온라인 여행사 ‘라쿠텐 여행’을 키워냈고, 은행·신용카드·보험 등 다양한 금융사업에 진출했다. 이는 아마존 등 다른 인터넷 전자상거래 회사와의 큰 차별점이기도 하다.

라쿠텐은 ▲아오조라카드(2001년) ▲일본 2위 증권사 DLJ디렉트SFG증권(2003년) ▲인터넷 전문 은행인 e뱅크(2008년) ▲아이리오보험(2013년)을 차례로 인수했다. 자산운용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금융업에 진출하며, 자사의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의 독자 생태계 구축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2014년 메시지 앱 바이버(Viber)를 9억 달러에 인수했고, 핀테레스트(Pintrest)·리프트(Lyft)를 비롯한 다수의 스타트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 4월 3강 체제가 굳어진 일본 이통시장에 '라쿠텐모바일'이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도전장을 내밀었다.    

◆ 제4 이통사 출격..연착륙 가능할까?  

라쿠텐은 2018년 4월 일본 총무성으로부터 이통통신 사업에 필요한 주파수를 할당받은 이후, 2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드디어 지난 4월 본격 상용화 서비스를 선언했다. 도코모-KDDI-소프트뱅크의 3강 구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예상대로 라쿠텐은 파격에 가까운 요금제를 선보였다. LTE 음성통화·데이터의 무제한 요금제가 2980엔(약 3만2560원)이며, 심지어 선착순 300만명은 1년 간 무료 카드를 내밀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라쿠텐모바일 홈페이지

기존 이통사들이 시장 점유율 90%를 장악하고 있는 현 상황에선 반값 수준의 파격 요금제가 아니면 초반 시장점유율 확보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라쿠텐은 LTE로 서비스를 런칭했으며, 9월 5G 서비스를 개시하고, 내년 3월부터는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라쿠텐은 5G 등 이통사업에 대한 선행 투자로 당분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쿠텐은 지난 11일, 2020년 상반기(1~6월) 결산에서, 영업손실이 274억엔이라고 밝혔다. 전년 동기 1002억의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해 매출은 최고액을 달성했지만, 이통사업을 위한 기지국 설치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유통총액(Gross Merchandize Sales)은 전년 동기 대비 48.1% 급증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라쿠텐모바일 홈페이지

라쿠텐 2020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6787억엔(7조57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이통사업 부문의 영업익은 824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미키타니 회장은 "총무성에 제출한 2026년 3월 인구 커버율 96% 계획을 5 년 앞당겨 2021년에 끝내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결산 설명회에 등장한 미키타니 라쿠텐 회장

라쿠텐이 기존 이통구도를 흔들 수 있을지는 일본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라쿠텐의 연착륙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지만, 통신시장에 큰 파급력을 가져올 것임은 분명하다고 진단한다. 

◆ 드론배송-로봇 배송도 본격 도입

유통공룡 아마존은 최근 배송 과정의 '라스트 원마일(last one mile)' 자동화를 위해 드론택배나 무인 배송로봇 도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소비문화는 드론과 로봇 배송 시대를 앞당길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쿠텐도 2016년부터 드론 배송에 도전하고 있다. 2018년 드론과 로봇 배송을 결합한 배송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범 운영한데 이어, 2019년부터 도서지역과 일부 관광지를 대상으로 드론 정기 배송 서비스의 실험에 나섰다.  

올해에는 로봇 배송 서비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8월부터 9월 22일까지 나가노 텐트 숙박시설 ‘더 캠프(the camp)’에서 자율주행 로봇 배송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서비스는 숙박자들이 전용 앱을 통해 상품을 주문하고, 로봇이 도착한 후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바비큐 재료 등을 전달받는 방식이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라쿠텐 발표자료

일본 정부는 도로 자율주행 실증실험을 연내에 조기 실행할 방침을 발표했다. 라쿠텐은 그동안 각 지자체와 파트너 업체들과 제휴하는 형태로 실증실험을 진행해왔다. 

라쿠텐은 “코로나19로 한층 주목받는 비대면 배송이 로봇 배송으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