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영국 BBC방송

[데일리포스트=손지애 기자] "갑자기 몇 초간 청력을 잃었어요. 주변의 자동차들과 건물들의 모든 유리창이 산산히 부서졌어요."

"모든 건물들이 무너져내렸어요.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거리는 암흑이었고 온통 유리 등 파편으로 가득했어요."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이 절규했어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어요." 

- 베이루트 폭발 사고 목격자 -

SNS상에 유포된 동영상에는 4일(현지시간) 오후 6시가 조금 넘을 무렵,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진한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평범한 화재처럼 보였던 이 불이 한 차례 폭죽과 같은 섬광을 내뿜다가 잠시후 원자폭탄이 터진 것처럼 거대한 버섯 모양의 흰 구름을 하늘로 내뿜으며 폭발했고 순식간에 베이루트 시내를 삼켜버렸다.   

폭발 후 현지 언론의 보도와 SNS상에 쏟아지는 사진, 동영상에는 단 몇 초반에 초토화된 시내 중심가의 모습과 피로 범벅된 시신과 부상자들이 담겼다. 

초강력 충격파에 10km 떨어진 건물의 유리창까지 박살이 날 정도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번 베이루트 폭발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하루만에 135명, 부상자가 5천 명으로 늘어났다. 레바논 보건부는 수십 명이 실종 상태이라고 밝혀 사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폭발 현장에서 초기 진화 작업을 하던 소방관 10명도 실종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뉴욕타임스

전세계 언론들은 "현지 모든 병원들은 시신과 부상자들로 넘쳐나고 많은 건물들이 붕괴됐다.(BBC방송)", "폭발 현장 인근에 위치한 병원 5곳도 피해를 입으면서, 한 의사에 따르면 병원 건물 천장이 무너져 일부 환자들이 깔리기로 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휴대폰으로 비춰가며 어두운 주차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상황.(뉴욕타임스)"

현재 레바논 정부는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오랫동안 보관돼 있던 인화성 물질인 질산암모늄이 대량으로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폭발이 발생한 창고 건물에는 사제 폭탄을 만들 때도 사용되는 질산암모늄 2천750톤이 저장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6년 전 러시아 화물선에서 압류한 질산암모늄이 이곳에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관은 폭발 위험성을 고려해 질산암모늄을 옮기거나 수출하자고 수차례 법원에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조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시민들과 가까운 곳에 위험한 질산암모늄이 아무런 조처없이 6년간 보관된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NBC뉴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BC뉴스

이런 가운데 미국 언론은 질산암모늄뿐 아니라 군사용 폭발물도 창고에 저장돼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로버트 배어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질산암모늄이 항구 창고에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대규모 폭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폭발이 일어난 창고는 무기 보관소이고, 그곳에 군사용 탄약과 로켓 등의 추진체가 있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배어는 폭발 영상에서 나오는 주황색 원을 언급하며 "분명한 군사적 폭발물"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흰색 가루의 질산암모늄이 첫 번째 폭발을 일으켰을 수 있지만 원자폭발 같은 두 번째 폭발은 군수품이 터지면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편, 레바논 최고국방위원회는 폭발 참사를 조사한 뒤 5일 안에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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