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미국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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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손지애 기자] 지난 주말, 미국의 한 식당에서 백인남성이 생일 축하 파티를 하던 필리핀계 미국인 가족들에게 "당장 나가라. 빌어먹을 아시아인들아"라고 위협한다. 

난데없이 공격을 받은 가족들은 "방금 무슨 말 했느냐. 다시 한번 말해보라"고 하자, 이 남성은 가운데 손가락을 펼치며 "당신들은 여기 있을 자격이 없다. 당장 꺼져라"고 말한다. 

소셜 미디어상에서 빠르게 퍼진 이 영상은 미국 내에서 큰 공분을 샀고, 더구나 해당 남성이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기술 관련 회사를 운영하는 CEO로 알려져 놀라움을 안겼다. 

이번 사건은 미국 내에서 더욱 심각해지는 아시아계 시민들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를 반영하는 수많은 혐오사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 

CBS뉴스, USA투데이 등 다수 미국 언론들은 아시아계 미국민들에 대한 증오범죄가 특히 코로나19 발병 이후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신체적 공격, 언어적 폭력, 직장내 차별, 온라인상 폭력 등을 포함한 아시아계 미국민에 대한 범죄가 2,120건 이상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끔찍한 사건으로는 지난 3월 텍사스주에서 한 10대 소년이 상점에서 장을 보고 있던 아시아계 미국인과 그의 어린 자녀 2명을 칼로 찌르는 일이 벌어졌다.

범죄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 소년은 "그들을 중국인으로 오인했고, 우리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퍼트린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중국발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돼 피해를 주면서, 서구권에서 필리핀, 한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정서가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는 양상이다.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늘어나는 차별과 혐오에 직면하면서 지난 3월 미국 아시아 태평양 정책 위원회는 '아시아 태평양계 주민들에 대한 증오를 중단하라(Stop AAPI Hate)'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S투데이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S투데이

이 사이트를 통해 수집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사건 가운데 40%가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했다. 

CBS뉴스는 신고 접수된 사례들 중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너희들은 중국 바이러스를 이곳(미국)에 퍼트린 사람들", "중국으로 돌아가라"라며 폭언을 쏟아붓는가 하면 , "너희네 바이러스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며 아시아계 여성에게 유리병을 던지거나 침을 뱉는 등 상해를 가하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일부 인권단체들은 아시아인 대상으로 혐오범죄가 급증한 것은 혐오를 부추기는 미국 최고 지도자의 선동적인 언행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중국책임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데 이어 '중국 바이러스(Chinese virus), '쿵 플루'(kung flu)라는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주 '중국계 소수계 우대정책(Chinese for Affirmative Action)' 모임의 책임자인 신시아 최는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최고 지도자로부터 나오는 이같은 인종차별적 발언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위험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우려했다. 

아시아계 필 팅 캘리포니아주 의원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지도자의 발언은 국민들이 같은 발언하고 행동해도 된다는 일종의 '권한'을 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분석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바이러스' 발언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 및 혐오범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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