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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시리아에 위치한 고대 유적지 ‘아부 후레이라(Abu Hureira)’는 1만 3000여 년 전 곡물 재배 흔적이 발견되면서 ‘인류의 가장 오래된 농경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로 이 고대 유적이 혜성과의 충돌로 발생한 대폭발에 의해 멸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논문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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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연구팀, “아부 후레이라 유적 혜성 충돌로 파괴”   

아부 후레이라 유적은 원래 시리아 북부를 흐르는 ‘유프라테스 강’ 근처에 존재했다. 그러나 유프라테스 강 범람 방지를 위해 거대한 댐을 건설하면서 안타깝게도 1973년 아사드 호수(Lake Assad) 바닥으로 침몰했다. 

댐 완성에 앞서 진행된 발굴 조사에서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의 취락 유적이 발견됐다. 같은 장소에 있던 두 시대의 취락 유적 중 구석기 시대에 해당하는 1만 2800년 전 유적에서 가옥 일부 및 도구와 함께 곡물 등의 흔적이 발견돼 인류가 농경문화로 진입하며 형성된 정착촌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함께 동물 뼈 등에서 화재 흔적이 나왔다.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 고고학자인 앤드류 무어는 "1973년 발굴 당시 고대 유적에서 엄청난 화재의 흔적이 드러났다"고 설명한다. 흥미롭게도 일반적인 화재의 흔적인 목탄이나 미세입자 외에, 용융 유리와 나노다이아몬드도 함께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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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당초 번개나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 현상 때문인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조사를 통해 용융 유리가 띠는 자기(磁気)가 적어 번개 가능성은 배제됐다. 또 낮은 함수율 특징이 혜성 충돌로 생기는 텍타이트(tektite)와 일치해 연구팀은 "유적에서 발견된 용융 유리는 화산이 아닌 혜성의 공중폭발로 생긴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어 박사는 용융 유리 생성과 관련해 "토양에 포함된 광물이 용해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720~2200℃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논문 공동저자인 제임스 케넷 박사는 "이 같은 고온이라면 자동차는 1분 내에 금속 덩어리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 혜성 파편 덩어리의 광범위한 공중 폭발 가능성  

연구팀은 용융 유리가 아부 후레이라 마을 전체에서 확인된다는 점에서, 폭발은 유적지 근처에서 발생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케넷 박사는 "마을은 갑자기 파괴된 것이 틀림없다. 공중폭발은 핵폭탄에 필적하는 파괴력으로 모든 것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래가 아부 후레이라에서 발견된 용융 유리 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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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중동·북미 대륙·유럽에 걸친 ‘영거 드라이아스 경계층(YDB)’으로 불리는 지층 범위에 속해 있다. 

YDB에서 이미 아부 후레이라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한 혜성의 흔적이 발견된 바 있으며, 아부 후레이라는 1만 3000년 전 빙하기를 맞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당시 지구와 충돌한 혜성 파편이 이 지역에도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하나의 소행성이 아닌 조각난 혜성 파편에 의해 폭발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케넷 박사는 "거대한 혜성 파편의 집합체는 몇 분 안에 수천 개의 공중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이번 발견은 혜성 파편으로 인한 아부 후레이라 유적의 멸망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이번 연구가 고대 기후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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