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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약 6600 만 년 전 거대한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했다. 현재 학계는 당시의 충돌이 번성했던 공룡을 대량 멸종으로 이끈 직접적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ICL) 지구과학과 연구팀이 6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을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충돌시 각도'가 공룡의 운명을 좌우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 소행성, 가장 치명적인 약 60도 각도로 충돌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당시 충돌한 소행성이 지구에 어떤 궤도와 각도로 충돌했는지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슈퍼컴퓨터로 3D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실제로 약 6600만 년 전 소행성이 충돌한 흔적인 멕시코 유카탄 반도 북부 칙술럽(Chicxulub) 분화구 구조와 비교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ICL) 연구팀

시뮬레이션은 영국 레스터 대학의 슈퍼컴퓨터로 진행했다. 이 슈퍼컴퓨터는 인텔의 스카이레이크(Skylake) 세대·총 1만 4000 코어 칩을 탑재한 'HPE Apollo 6000 Gen10'이다.  

기존 시뮬레이션은 계산상의 제한으로 2차원으로 이루어졌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300회에 가까운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소행성 충돌 각도"에 주목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4가지 충돌 각도(90도·60도·45도·30도)와 2가지 충돌 속도(초당 12km, 20km)로 나눠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현재 분화구 모양과 일치하는 시뮬레이션은 60도 각도 초속 20km 속도로 지구 표면과 충돌한 것으로 밝혀졌다. 충돌 에너지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우라늄 원자폭탄 약 10억 발(発)에 달한다. 

소행성 낙하의 충격으로 거대한 해일과 지진, 화염이 지구를 뒤엎었다. 이물질들은 대기 중으로 빠르게 방출돼 지구를 뒤덮어 캄캄한 암흑천지가 왔고 지구 전체에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다. 연구진은 이번에 밝혀진 60도가 분진이 대기에 확대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각도라고 설명한다. 이후 뜨거운 여름과 강한 산성비와 같은 급격한 기후 변화가 지구를 덮쳤고, 생명의 75%가 사라진 대량 멸종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ICL) 연구팀

연구팀은 충돌 후 분화구의 융기 과정도 공개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충돌 20초 만에 반경40km,  깊이 30km의 구멍이 지표에 생겼지만 약 3분 후에는 지표면이 융기해 산을 형성하고 충돌 5분 후에 거의 평평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을 이끈 개리스 콜린스 교수는 "소행성이 분진 구름 확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약 60도로 충돌해 피해가 극대화된 것"이라며 "오히려 직각으로 떨어졌다면 보다 많은 암석이 부서졌겠지만 대기 중에 퍼지는 양이 더 적기 때문에 공룡 멸종을 피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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