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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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은 역설적으로 지구촌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각국은 사회적 거리두기·이동제한·도시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인류의 산업 활동이 잠시 멈추면서 각국의 대기오염이 급감하고 인간이 사라진 도심에는 동물들이 출몰하고 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정도로 공기가 탁했던 각국 도시의 변화된 풍경은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유튜브 화면 캡처

◆ 숨 쉬기 시작한 자연...야생동물들이 돌아왔다 

인간이 활동 자체를 줄이면서 이른바 ‘집콕’에 들어가자 자연은 다시 숨을 쉬고 야생동물들은 사람이 사라진 거리와 사람을 피해 떠났던 서식지로 모여들고 있다.

영국 북웨일즈 남부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 야생 염소떼가 출몰하는가 하면, 칠레 산티에고 거리에는 퓨마가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는 야생 칠면조 떼, 스페인 북부 아스투리아스에는 곰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원숭이의 도시로 불리는 태국 롭부리에서는 관광객 급감으로 먹이가 줄어든 원숭이 수백 마리가 패싸움을 벌이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환경오염으로 서식지를 떠난 동물들도 돌아오고 있다. 인도 오디샤주(州) 루시쿨야 해변의 출입을 통제하자 바다거북 80만 마리가 새롭게 둥지를 틀었고, 뭄바이 샛강에는 15만 마리 이상의 홍학떼들이 찾아들었다. 조류 질이 좋아지면서 예년보다 최소 25% 이상 홍학들이 많이 찾아온 것. 터키 이스탄불 시내 해안가에는 선박 교통량 감소로 십 수 년 만에 야생 돌고래들이 돌아와 헤엄을 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인간의 터전을 차지한 야생동물의 목격 사례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 전세계 탄소 배출량 전년대비 17% 하락
 
무엇보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불리는 온실가스 감축량이 대폭 감소했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연구팀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4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대비 17% 감소해 2006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올 한해 전체 탄소 배출량은 최소 2%에서 최대 13%까지 감소하고, 배출량 감소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클 전망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7%를 차지하는 69개국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 대책을 분석했다. 각국의 봉쇄 조치가 절정이었던 기간, 조사대상 국가의 89%가 사람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각 경제 부문이 코로나19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 분석하고,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추정했다.

분석 결과, 4월 기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평균 대비 17%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차량 등 육상 운송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조 및 발전을 통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감소가 두드러지며 전체 배출량 감소분의 각 43%를 차지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

한편, 항공업계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의 직격탄을 받은 경제 부문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0% 감소했지만, 전체 배출량 감소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였다.  

2020년 1월~4월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억 4800만 톤 감소했으며, 지역별로는 ▲중국(2억 4200만톤) ▲미국(2억 700만톤) ▲유럽(1억 2300만톤)▲ 인도(9800만톤) ▲영국(1800만톤) 순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 코로나 사태 이후 리바운드 가능성↑ 

이처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극적으로 감소했지만 문제는 이것이 도시봉쇄와 산업 활동 제한 조치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가 잠잠해지면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그 이전을 웃도는 ‘리바운드(rebound)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 정부가 환경규제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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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의 대표저자이자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에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코린 르 쿼리(Corinne Le Quéré) 교수는 "제한 조치는 에너지 사용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경제·교통·에너지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자동차산업의 연료 경제성 및 배출 표준 완화와 함께 규제 집행도 풀고 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스탠포드 대학 롭 잭슨(Rob Jackson) 교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는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강제된 임시적 행동이 아닌 친환경 에너지와 전기 자동차 확대와 같은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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