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영국 가디언

[데일리포스트=손지애 기자] "기차역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매표소 앞에 설치된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여성이 기침을 하자 모두가 일제히 그를 쳐다본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 여성은 바로 손을 내저으며 '코로나 아니에요. 차 마시다가 목에 걸린 거에요'라고 말한다. 그 말에도 주변 사람들의 표정은 편치 않다."

영국 가디언지의 기자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의 한 기차역에서 보고 느낀 적막감과 삭막감을 글로 전했다. 

'적막감만 감도는 한국의 도시'라는 제하의 23일자 기사는 "모든 가게와 식당들이 문을 닫고, 지하철역과 마켓, 쇼핑몰 등에는 사람을 찾아 볼 수 없는 이 곳은 음산할 정도로 조용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확진자 절반 이상이 나오며 바이러스를 급속히 확산한 배경으로 지목된 신천지예수교회(이하 신천지)에 대해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인터뷰를 통해 성난 대구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24일 기준 현재, 한국 내 확진자는 760명을 넘어서고 있다. 사망자도 7명에 이르며 매일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나라가 됐다.

미국 CNN 방송은 “한국은 중국 본토를 제외하고는 코로나19 발병 실태가 최악인 나라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도 "전 세계가 한국의 발병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한국이 이러다 중국 다음으로 '제2의 코로나19 핫스팟(hot spot)'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고 적었다. 

데일리포스트=미국 국무부

◆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입국 금지 등 비상조치

국내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높아지면서 해외 국가들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입국 전면 제한 등의 특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시켰다. 

국무부의 '여행 권고(Travel Advisory)' 레벨은 ▲1단계 일반적인 사전주의 실시(Exercise normal precautions) ▲2단계 강화된 주의 실시(Exercise increased caution) ▲3단계 여행 재고(Reconsider travel) ▲4단계 여행 금지(Do not travel)로 구성된다. 

2단계 경보는 한국 여행 금지나 자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들과 만성질환자들의 경우 의료인과 상담 후 불필요한 한국 여행 자제', '한국 여행 시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기', '최소 20초 동안 비누를 사용해 손닦기 및 알코올 성분 손소독제 사용' 등의 가이드라인 준수를 권고한다. 

국무부는 여행 경보를 2단계로 올린 배경에 대해 "한국 내에서는 '지속적인 코로나19 확산(sustained community spread)'이 진행되고 있다"며 "여기서 '지속적인 코로나19 확산'이란 한국인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으나 어떻게, 어디서 감염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는 상황에서 확산은 현재 진행 중인 상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한국 여행 및 입국을 전면 금지한 나라도 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현지시간 22일 저녁 7시 반쯤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자국 국적 승객 11명만의 입국을 허용한 후 한국인 130명을 포함한 나머지 승객 177명을 다시 한국으로 되돌려보냈다. 

한국 외교부는 사전 예고 없는 갑작스런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지만 이스라엘 측은 확산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결정이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발령도 내려졌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인들에게 지금 시점에서 한국에 대한 여행을 심각하게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며 "특히 대구와 경상북도 청도 방문을 완전히 피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예루살렘을 다녀온 한국인 성지 순례객들이 집단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모세 바르 시만 토브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은 "한국인 순례객들이 방문기간 동안 아마도 수 백명 이상의 이스라엘 사람들과 접촉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외에도 요르단, 바레인도 한국인 및 한국 방문 외국인에 대한 입국을 금지했고, 오만도 한국에서 온 여행객을 2주간 격리시키는 등 중동 국가들의 입국 제한이 늘고 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조치로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지금까지 13개국에 이른다. 국내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러한 조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긴급대책회의을 열고 대구 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신속한 전수조사 및 진단, 신천지 시설 임시 폐쇄 등 특단의 대책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 지금부터 며칠이 매우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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