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혁신 기술...그리운 사람 항상 만날 수 있는 시대 열린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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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손지애 기자] 3년 전 7살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딸이 눈앞에 나타나 "엄마!"를 외친다. 엄마는 "한번도 잊은 적이 없어"라며 오열한다.

퇴원하면 꼭 먹고 싶었던, 그렇지만 결국 먹지 못했던 송편과 3년동안 끓여주지 못했던 미역국이 차려진 생일상 앞에 마주보고 앉은 모녀는 함께 생일 케이크를 분다. "안 울게. 엄마가 안 울고 너 그리워하지 않고 너 많이 사랑할게."

손에 잡힐 듯 한 딸과 그 주변 풍경들은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벗는 순간 사라진다.

지난 6일 방영된 MBC 휴먼 다큐 '너를 만났다'는 현실에서는 절대 이루지 못할 천국에 간 딸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방송은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난 딸 나연이와 엄마 장지성씨가 가상현실에서 재회하는 과정을 담으며 안방극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제작진은 나연이를 실제 모습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나연이와 비슷하게 생긴 아이를 섭외해 160대의 카메라로 얼굴과 몸 등 외형을 스캔한 후 옛 사진, 동영상을 토대로 나연이의 얼굴과 표정, 몸짓, 목소리를 컴퓨터로 재가공해 만들었다.

360도 시야로 둘러볼 수 있게 하는 '프리 렌더링'과 상대방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리얼타임 렌더링' 등 VR 기술을 적용해 엄마와 딸이 자연스럽게 상호 교감할 수 있게 했다.

이번 VR 제작을 담당한 이현석 프로듀서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VR이 현재는 엔터테인먼트 측면이 큰데,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사람을 위로하는 콘텐츠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추모의 새로운 방법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더라”며 “어떤 기술이든 사람을 향해야 한다. 기술이 사람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VR, '사람 중심'의 기술로 발전하다

주로 게임과 영화를 더욱 실감나게 즐기기 위해 사용됐던 VR 기술이 사용자들을 위로하고 행복을 주는 '사람 중심'의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VR이 첫 등장했을 때는 데스크톱 또는 노트북 같은 큰 기기를 사용하거나 여러 개의 유선으로 연결된 PC를 장착한 무거운 배낭을 멘 채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사용상 제약이 많았다.

그러나 VR 기기의 발전과 오늘날 작아지고 스마트해진 컴퓨터, '스마트폰' 하나로 VR을 일상 속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점차 흐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VR 기술이 앞으로 소비자들의 삶과 일상에 더욱 파고들어 힘겨운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의 공간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이제는 가상으로 지구 반대편의 친구와 만나고, 춤추고, 영화 보다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스가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VR 기술이 소개된 바 있다. 특히 영국의 ‘테슬라슈트 글러브’는 가상세계에서 친구와 악수를 할 때 느껴지는 손의 촉각, 손가락을 구부릴 때 몸에 전달되는 충격까지 전달한다.

가상현실에서 지구 저 반대편에 있는 친구와 실감나는 하이파이브를 하고 눈앞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자신만의 가상공간도 만들 수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9월 공개한 VR 커뮤니티 '페이스북 호라이즌‘은 머리에 장착하는 VR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나 ’오큘러스 퀘스트‘를 착용하면 자신만의 아바타로 변신해 우주, 달과 같이 실제 가볼 수 없는 곳이나 현실에는 없는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그 공간에서 지인들을 초대해 음성으로 대화를 주고받거나 게임,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다.

SK텔레콤도 ‘페이스북 호라이즌’과 비슷한 VR 세계 ‘버추얼 소셜 월드(Virtual Social World)'를 지난해 구축했다. 이용자들이 VR 기기 ’오큘러스 고‘나 ’기어VR'을 쓰고 가상세계에서 커뮤니티 및 다양한 활동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용자들은 머리 스타일, 얼굴, 복장 등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꾸민 아바타로 7개 테마의 가상공간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게임, 영화를 즐길 수 있다. ‘클럽룸’에서 DJ가 되어 다른 이용자들과 신나게 춤을 추고, ‘카페룸’에서 가상의 커피를 앞에 두고 소개팅을 한다. ‘사무실’에서 원격 회의도 가능하다.

전진수 SKT 5GX서비스사업단장은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저희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가상 공간을 무한 확장하고 다양한 사람이 만나 함께 소통하고, 또 다른 나만의 세상을 즐길 수 있는 버추얼 소셜 월드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VR의 발전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ICD가 지난해 3월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VR기기는 2023년까지 누적 1억만대 보급될 전망이다. 

분명한 것은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5세대(5G) 이동통신,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최신 기술이 빠르게 발전되면서 VR 생태계도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활성화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늘로 일찍 보내 그토록 그리워했던 가족들을 만나고, 현실에서는 너무나 어려운 남자, 여자친구를 만들고,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는 등 '불가능이 가능해지는 세상'을 만나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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