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 안내문’ 있으나마나…마스크 없이 기침 연발
감염증 환자 들어서면 ‘속수무책’…대안 마련 ‘시급’

데일리포스트=구멍 뚫린 신종 코로나 방역...개인병원 안전한가?
데일리포스트=구멍 뚫린 신종 코로나 방역...개인병원 안전한가?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아저씨. 마스크 좀 쓰고 기침하세요. 왜 사람 머리에 대고 기침을 하세요? 지금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이 죽네 사네 하는데 그렇게 심하게 기침하시면서 마스크도 안 쓰면 어떻게 합니까?” (진료 대기 환자)

20명 남짓 동네 개인병원 대기실 의자를 앞뒤로 30대 초반의 젊은 환자와 50대 중년의 남성이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가뜩이나 작은 병원 대기실 의자에 서로 몸을 붙이고 앉아 있는 진료 대기자 중 대다수가 마스크 없는 민낯이다.

“김 아무개님,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간호사의 호출을 받고 들어선 진료실, 이 병원의 유일한 의사 겸 원장이다. 의료용 마스크를 턱 밑에 내리고 기자의 가슴에 청진기를 이리저리 대보고 벌린 입을 뚫어질 듯 보고 콧구멍에 가늘고 긴 면봉과 같은 도구를 사정없이 쑤셔 넣는다.

“A형 독감이네, 여기(간호사를 보고) 타미플루 처방할거야.” A형 독감이란다. 처방전을 들고 병원 1층 약국에서 약을 들고 다시 병원으로 올라왔다. 타미플루 복용 등 설명을 듣기 위해서다.

간호사로부터 약 복용 설명을 듣고 있자니 또 다른 환자도 타미플루 진단을 받고 약국으로 내달려간다. 그는 진료 대기 중 내 옆자리에서 콧물을 훌쩍이며 기침을 해댔던 남자다. 물론 그의 얼굴에서 마스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갑자기 두려워졌다. 마스크도 없이 기침을 하다 시비가 붙은 그 중년 남성이 코로나 확진자면 어쩌지? 내 옆자리에서 전후좌우 사정없이 맨입으로 밭은기침을 내뱉던 환자가 감염자였다면…순간 아찔했다.

“전염성이 있으니 식사할 때 그릇을 따로 사용하고 방도 따로 사용하세요” 신종 코로나가 아닌 A형 독감에 걸린 기자에게 던진 의사의 주문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최초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중국내 사망자수가 급증하면서 500명을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5일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2만 4000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는 491명이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도 2명이 추가되면서 이날 현재 18명으로 늘었다. 확진 환자가 일파만파 늘어나면서 정부도 강도 높은 방역과 검역에 나섰고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 역시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통해 예방과 대응요령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 시, 도에 위치한 종합병원급 이상 대형병원 역시 고강도 감염과 방역을 실시하며 감염증을 원천 봉쇄하며 환자와 의료진의 건강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병원을 제외한 전국 지역사회 동네 소규모 개인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쉽게 노출 될 수 있는 최악의 조건을 갖췄다.

기자가 경험한 사례처럼 의원급 개인병원은 감염증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얇은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고 병원 입구에 덩그러니 걸린 ‘마스크를 착용하세요.’라는 문구가 옹색한 안내문 외에는 말이다.

인천지역 내과 전문의는 “솔직히 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출입문 앞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과 내원자들에게 구두(口頭)로 협조를 구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내원객들이 많다.”면서 “그렇다고 찾아온 사람들을 강제로 내보낼 수 없고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일반 동네 개인병원에서 감염증 환자를 선별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가정의원 원장은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열 감지 테스트를 하고 있지만 소규모 개인병원에서 더 이상 이 사람이 감염증 의심환자라고 확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어느 날 감염자가 감기 증세를 보이며 내원해 일반 환자들과 섞여 있다고 해도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현재 정부와 중앙사고대책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유입경로를 중화권으로 국한시키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을 중심으로 감염증이 유입되는 만큼 지목된 지역을 중심으로 검역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16번째 확진환자가 중국과 동 떨어진 태국 여행자로 알려지면서 감염의 경로는 특정이 아닌 다양화되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16번째 확진 환자는 광주 보건환경연구원에서 확진 판정에 앞서 지역 병원을 오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염증의 증세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을 찾은 탓에 타인에게 감염력을 전파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관련 부처 관료들의 시선이 온통 중국으로 쏠려 있는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긴 것이다. 때문에 일반 의원급 병원들은 불안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자칫 감염자가 감기 증세를 보이며 병원을 내원할 경우 그 병원은 이른바 ‘초토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국 여행객 확진자 소식을 접한 한 개인병원 의료진은 SNS를 통해 “이 같은 사례 때문에 일선의 병원들은 문을 닫는 방법 외에 선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답답함을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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