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우주 인터넷’ 야심...빛 공해로 천문학 위협 우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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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지구 상공에 인터넷 기지국을 세워 ‘사각지대’ 없는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혁신적 인터넷 사업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이면에 인공위성의 급증이 몰고 올 우주 쓰레기 증가와 빛 공해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우주 파편과 위성의 연쇄적 충돌로 우주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케슬러 증후군(Kessler syndrome)’의 현실화로 끔찍한 재앙이 초래될 수도 있다.

◆ 전세계 인터넷 연결 프로젝트란?

전세계의 절반가량은 인터넷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오프라인’ 상태다. 인터넷망 자체가 깔리지 않은 오지나 도서산간 지역을 비롯해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곳도 상당하다.

기존 광케이블 인프라 구축과 비교해 드론이나, 열기구, 저궤도 인공위성 통신망을 이용하면 네트워크 구축 기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고 일정 궤도를 돌면서 전 세계를 보다 쉽게 연결한다. 최근 소형 위성의 대량 생산 체계가 갖춰지면서 민간 우주항공업체를 비롯해 다양한 우주 관련 스타트업들, 아마존·페이스북·구글 등 IT공룡들까지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블루오리진

구글은 2013년 6월 발표 이후 연구 프로젝트로 진행한 기구 통신 '룬(Loon)'을 활용할 계획이고 페이스북은 성층권을 비행하는 태양광 드론을 통해 인터넷을 제공하는 아퀼라(Aquila) 프로젝트 중단 이후, 에어버스와 손잡고 태양광 드론 기술을 다시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위성 기반의 고속광대역 통신구상은 아마존과 스페이스X가 주도하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소유한 민간 우주개발기업 블루오리진(Blue Origin)은 지난해 4월 3000개 이상의 저궤도 인공위성으로 전 세계에 광대역 인터넷 통신을 제공하겠다는 ‘카이퍼 프로젝트(Kuiper Project)’를 발표했다.

전 세계 우주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는 미국 민간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 역시 소형 인공위성 기반으로 데이터 통신용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성층권이 아닌 우주를 무대로 지구 전체를 서비스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갖는다.

스페이스X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2027년을 목표로 스타링크 위성 총 1만2000기를 순차적으로 발사, 최종적으로 4만 2000기의 위성을 우주로 보내 전 세계에 초당 1GB 속도의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밝혔다.

◆ 블루오션 찾아 나선 인공위성 "은하의 빛을 가리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 5월, 11월, 올해 1월 60기씩 인공위성을 총 3차례 발사했다. 발사 자체는 성공적이었지만 전세계 천문학자들은 "인공위성이 너무 밝아 우주 연구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이끄는 패트리샤 쿠퍼에 따르면, 인공위성이 밝게 빛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 우선 우주 대기궤도(Parking-Orbit:1차궤도)의 낮은 위치에서 방출될 때와 위성군집 각각이 태양광 패널(solar panel)을 이용할 때 반사로 인해 밝기가 증가한다. 또 고도 550km 운용궤도에 도달하면 별 광도 등급(magnitude) 5정도에 해당하는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밝기가 된다. 망원경이 포착하는 범위를 위성이 가로지르는 속도와도 연관이 있는데, 속도가 느릴수록 휘도(luminance)가 높아지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아래는 로웰 천문대에서 촬영한 실제 스타링크 사진으로, 긴 띠처럼 보이는 밝은 사선이 스타링크의 광적(빛줄기)이다.

ⓒ로웰 천문대

위성이 망원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천문학계를 중심으로 이미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 천문학자인 패트릭 세이자는 "대형 위성군(mega-constellation)은 지구궤도상에 존재하는 99%의 물질보다 밝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으며,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UC데이비스) 천문학자인 토니 타이슨은 "이 문제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계산에 따르면, 스타링크의 밝기 영향이 가장 커지는 시간대는 새벽과 해질 녘이다. 이에 새벽에 관찰해야하는 지구에 가까운 소행성 연구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칠레에 설치될 예정인 대형 시놉틱 관측 망원경((LSST:Large Synoptic Survey Telescope)은 2022년 1월부터 10년 동안 3일에 한번 씩 하늘 전체를 광범위하게 촬영할 예정인데, LSST 역시 영향을 받게될 가능성이 있다.

ⓒ 스페이스X

토니 타이슨 박사 연구팀은 인공위성 궤도를 예측하고 빛을 제거하는 소프트웨어 수정 작업에 착수했지만 "빛 전체 제거는 상당히 어렵고 시스템 오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인공위성이 지나는 위치를 미리 파악해 해당 시간과 장소를 피하는 대응책도 인공위성이 급증한다면 무용지물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스페이스X는 지난 1월 6일 발사한 인공위성 1기에 빛 반사를 억제하는 다크셋(DarkSat) 실험을 진행했다. 다크셋 운용은 2월 하순 정도로 효과 확인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스페이스X 한 업체에서만 최종적으로 4만 1943개의 위성이 쏟아진다는 것. 스페이스X는 1만2000개에 달하는 위성 사용에 대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이를 3만개까지 늘려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참고로 2019년 11월 기준 지구궤도에 존재하는 인공위성 개수는 5000기 정도다.

ⓒ 스페이스X

미지의 영역에서 새로운 금광을 캐기 위한 ‘우주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경쟁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FCC는 스페이스X와 아마존 외에도 원웹, 텔레샛, 스페이스 노르웨이의 사업 신청을 이미 승인했다.

스페이스X는 다크셋과 함께 필요에 따라 발사궤도 조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대로 간다면 천문학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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