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도시·유황 냄새…화산재앙에 필리핀 ‘아비규환’
잿빛 도시·유황 냄새…화산재앙에 필리핀 ‘아비규환’
  • 손지애 기자
  • 승인 2020.01.17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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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탈 화산 분화…전 세계 화산 분화 ‘시한폭탄’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 마닐라 타임즈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 마닐라 타임즈

[데일리포스트=손지애 기자]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약 60km 떨어진 탈(Taal) 화산이 거대한 불기둥과 번개를 내뿜으며 분화한 지 6일째 접어들었다.

탈 화산과 인접한 땅은 풀썩 주저앉았고 도로 역시 곳곳에서 끊기며 연약지반 현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반 밑으로 흐르는 뜨거운 마그마가 이동하면서 주변 지역 토양을 변형시키고 있다. 수백 차례 걸친 지진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무서운 재앙…도시를 잿빛으로 물들였다

화산이 분화한 탈 화산은 현재 전체 5단계 가운데 2번째로 높은 4단계 경보를 비롯해 반경 14km 이내 주민들의 대피령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만큼 화산 분화에 따른 후유증과 추가 분화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화산 접경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귀가를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동물들을 구출하기 위해 마을로 돌아갔고, 그들이 촬영한 영상으로 잿빛도시로 변해버린 참혹한 마을의 모습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영상 속에는 주민들이 급하게 대피하며 미처 데려가지 못한 동물들이 두껍게 굳어버린 화산재를 뒤집어쓰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주민들은 화산재로 뒤덮인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지만 연이은 미진으로 대피소로 돌아가야만 했다고 미 CNN방송은 전했다.

현재 탈 화산 인근 지역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유황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또 폭발 과정에서 뿜어내는 화산재는 암석 조각들과 화산 유리, 광물 등의 혼합체로, 인체에 더욱 치명적이다.

데일리포스트=인공위성이 관측한 필리핀 탈화산 분화
데일리포스트=인공위성이 관측한 필리핀 탈화산 분화

홍콩대학교의 조셉 미첼스키 지구행성과학부장은 1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화산재 입자가 호흡을 통해 폐조직에 침입해 피부조직을 긁으며 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구호개발 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대피소의 많은 어린이들이 기침,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화산폭발로 인한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호흡기 질환에 따른 인명피해가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추가 화산 분화는 더 강력할 것

필리핀에는 20개 이상의 활화산이 있다. 탈 화산은 환태평양 '불의 고리'에 속하는 활화산 가운데 하나다.

탈 화산은 거대한 '탈 호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데, 이 호수는 원래 분화구로서 화산 폭발로 생긴 분화구에 물이 채워지면서 호수가 됐다. 아름다운 호수로 둘러싸인 경관으로 탈 화산은 필리핀의 필수 관광지가 됐다.

잔잔한 호수로 둘러싸여 평화로워 보이기만 한 탈 화산은 사실 34번이나 분출했을 정도로 필리핀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중 하나다.

탈 화산의 폭발은 3500년 전인 선사시대부터 시작됐다. 이 때 분화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65년에는 이틀에 걸친 폭발로 150명이 숨졌고, 2011년에는 분출로 인해 1330여명이 사망했다.

화산폭발 후 6일이 지났지만, 탈 화산의 활동은 여전히 활발하다.

필리핀 지진화산연구소에 따르면, 16일 오전 6시경 탈 화산이 500~800미터 높이의 화산재를 내뿜으며 또다시 폭발하기 시작했다. 더욱 강력하고 치명적인 폭발이 며칠 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레나토 솔리둠 필리핀 지진화산연구소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는 활동이 느려지지 않고 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수 시간 혹은 며칠 내 위험한 수준의 폭발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지난 12일 폭발하기 전 필리핀 탈 화산의 꼭대기 분화구의 호수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flicker
지난 12일 폭발하기 전 필리핀 탈 화산의 꼭대기 분화구의 호수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flicker

전문가들은 주의 깊게 상황을 지켜봐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트레이시 그레그 뉴욕주립대 지질학 교수는 17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탈 화산과 같이 큰 규모의 파괴적인 화산 활동을 많이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 어떤 폭발 징후를 보이는지 예측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알렉사 반 이튼 미국 지질조사국 지질학자도 "탈 화산은 다른 화산에 비해 더욱 예측불가능하다"며 "하지만 화산 분출에 임박했을 때 보통 경고 신호(warning signs)를 보내기 때문에 가스 배출 등의 신호와 활동 변화를 바로 파악하고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기 위해 현장에서 전문가들을 현장에 배치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보통 마그마가 상승하면, 지면 역시 상승한다. 이와 함께 규모 3 정도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땅속에서 압축된 가스가 지구 표면을 뚫고 나오거나 용암이 탈 화산을 둘러싼 호수의 물에 접촉할 경우, 엄청난 폭발 위력을 가지고 주변의 모든 것들을 파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처럼, 화산 활동의 징후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즉각 대응하는 것이 소중한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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