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배출량 최대 규모 호주…기후변화 ‘인정’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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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손지애 기자] 지구촌 곳곳에서 산불, 홍수, 가뭄 등의 자연재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등에서 수개월째 이어진 ‘산불’은 전 세계 언론에서 오랫동안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전 세계 언론들은 지구가 '기후재앙'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부터 호주 동남쪽에 위치한 뉴사우스웨일주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난 산불이 전역으로 번지면서 4개월째 타고 있다.

산불 피해는 막대하다. 호주 전역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200만 헥타르가 불탔다. 이는 한국의 면적(1천만 헥타르)에 맞먹고, 서울 면적의 166배가 넘는 규모다. 다수 언론에 따르면, 현재까지 건물 6000여 채가 불에 탔고,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호주는 12월부터 2월에 해당하는 여름에 고온,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에 취약한 나라다.

호주 당국에 따르면 1850년부터 최근까지 산불로 8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최악의 산불은 2009년 2월 7일 토요일 빅토리아주에서 173명의 많은 목숨을 앗아간 불로 '검은 토요일'로 기억되고 있다.

원인은 기후변화?

사라 퍼킨스 커크패트릭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립대 교수는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아니라면 이렇게 심각한 고온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말했다.

실제로 1910년 이후 호주의 평균기온은 섭씨 1도 상승했다. 현재 호주 시드니 서부의 낮 최고기온이 49도 정도에 이를 정도로 전역이 '펄펄 끓고' 있다.

이는 서부 인도양의 표면 수온이 동부보다 높은 '인도양 쌍극화 현상'으로 인해 매년 기온이 상승하고 더욱 건조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이끄는 주요 원인인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문제다. 호주는 석탄과 가스 분야 세계 1위 수출국이다. 전 세계 석탄 수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호주 수출량은 세계 탄소 배출의 약 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호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산불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인정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이미지 출처 / ABC방송
호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산불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인정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이미지 출처 / ABC방송

보수 정치인들과 함께 최근까지도 과거부터 비슷한 산불 재해를 겪어왔다며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계속 부인해왔던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마침내 산불 원인을 기후변화라고 인정했다.

모리슨 총리는 지난 12일 호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이미 기후변화가 산불에 주는 영향에 신경 쓰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더 길어지고, 더워지고, 건조해진 여름을 살고 있다”며 “이 부분은 기후변화의 전체적인 영향”이라고 말했다.

석탄산업을 감축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던 모리슨 총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6%에서 28%까지 줄이고 이를 넘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자연이 보내는 메시지

“호주 역사상 최초의 기후난민(Australia's first climate change refugees)이 됐다.”

호주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지난 4일자 기사에서 호주 빅토리아주 남동쪽 말라쿠타 마을에서 산불에 갇혔다가 생존한 닉 리타의 말을 빌려 이같이 보도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 시드니모닝헤럴드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 시드니모닝헤럴드

뉴사우스웨일즈주 산불구조대 대장 출신의 그레그 멀린스 씨는 최근 몇 년간 호주 남해안 일대의 강우량이 15~20% 줄어든 것을 언급하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위력의 산불들을 발생시킬 수 있는 조건들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어 “화재가 나기 쉬운 계절의 기간이 1970년대에서 1990년대보다 2개월 더 길어졌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급격한 기후변화는 호주정부의 안일한 태도와 늦장 태도가 원인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 관련 비영리연구기구들이 발표한 '2020 기후변화 퍼포먼스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가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탄소배출 저감,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사용량, 환경 정책 등 분야에서 57개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하지만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해는 호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 영국과 북유럽의 겨울 폭염, 103년 만에 얼어붙은 나이아가라 폭포, 폭설 내린 사하라 사막..

톰 콤파스 멜버른 대학 교수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2100년까지 전 세계 온도가 3.8도~4도 상승했다고 가정할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2050년까지 12조 달러 규모의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너무 늦기 전에 과감한 기후 위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메시지들을 절대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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