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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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항온동물인 인간의 체온은 항상 일정한 범위 내에 있는 것이 좋다. 인체의 내부 장기 및 세포는 36.5~36.7℃에 가장 활성화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체온이 평균에서 1˚C 만 떨어져도 대사능력이 12%, 면역력은 30% 떨어진다.  

또 정상체온은 연령별로 다르며 65세가 지나면 체온은 약 0.5℃ 정도 떨어진다. 대부분의 암환자는 정상 체온보다 낮은 저체온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美스탠포드대, "평균 체온 1800년대 이후 지속적 감소"   

이런 가운데 인간의 평균 체온이 환경변화의 영향으로 200년 전부터 서서히 낮아졌다는 사실을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고 스탠포드 의대 연구팀이 발표했다. 연구논문은 생명과학·의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게재됐다.  

ⓒ 이라이프(eLife)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2020.01)

현재 국제 온도 표준은 섭씨온도와 절대온도이며, 한국 역시 국제 표준인 섭씨온도(°C)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아직 일반적인 온도 표기에 화씨(°F)를 이용하고 있다. 

인간의 체온을 최초로 화씨(°F)로 측정한 인물은 19세기 독일 내과의사 칼 분더리히(Carl Reinhold August Wunderlich 1815-1877)다. 병원에 체온 차트를 최초로 도입한 그의 성과는 대단하지만 현대의 연구에 따르면 이 수치는 실제 체온보다 높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인간의 정상체온=98.6°F(37°C)>라는 칼 분더리히의 기준은 1992년 평균 체온이 36.8°C라는 새로운 연구 논문이 발표되기 전까지 150년 이상 사용되어 왔다. 그리고 2017년 대규모 데이터 조사를 바탕으로, 평균 체온이 97.9°F(36.6°C)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된 체온 관련 연구 논문(2017) 

스탠포드 의과대학 줄리 파슨넷(Julie Parsonnet)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9세기 당시 98.6°F로 평균 체온이 결정된 것이 단순한 측정오류가 아닌 역사적인 배경 때문일 가능성에 주목해, 과거 200년간의 평균 체온 추이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으로 뚜렷한 역사적 시기를 대표하는 3개의 대규모 데이터 세트를 사용했다. ▲남북전쟁 북군의 퇴역군인의 병역·의료·연금 기록에서 확인한 1860년~1940년 데이터 ▲1971년~1974년에 걸쳐 진행된 제1회 국민 건강영양조사(NHANES I) 데이터 ▲2007년~2017년 스탠포드대 부속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성인 환자 데이터를 조사했다. 단, 정상적인 체온을 측정하기 위해 당시 의료기록에서 발열 환자 데이터는 제외했다. 

NHANES I 데이터
ⓒ 연구에 사용된 NHANES I 데이터

이 데이터 세트를 통해 총 67만 7423명의 온도 측정값을 분석한 결과, 2000년대에 태어난 남성은 1800년대 초에 태어난 남성의 평균 체온보다 1.06°F(0.59°C)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마찬가지로 2000년대에 태어난 여성은 1890년대 출생 여성의 평균 체온보다 0.58°F(0.32°C)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계산에 따르면 10년마다 사람의 체온은 0.05°F씩 감소해 왔다. 

아래 그래프는 연구팀이 공개한 평균 체온 추이다. 가로축은 출생연도, 세로축은 환자 평균체온, 파란선 남성, 빨간선 여성을 나타낸다. 왼쪽 그래프가 백인 데이터이며 오른쪽 그래프가 흑인 데이터다. 시간이 흐를수록 평균 체온이 내려가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 스탠포드 의대 연구팀

◆ 체온 감소의 잠재적 원인은? 

연구팀은 당초 체온계 정확도 향상으로 인한 변화 가능성도 고려했지만, 동시대 같은 기술을 사용한 데이터 세트 내에도 매년 체온이 낮아지는 경향을 확인했기 때문에 오차 가능성은 부정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현대인의 염증이 과거보다 감소했다는 의미로,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파슨넷 교수는 "체온이 감소한 원인은 의료 발전·위생 상태 개선·생활수준 향상으로 인해 지난 200년간 공중보건이 크게 개선된 결과"라고 추정했다. 

ⓒ pxhere 

사람이 바이러스와 세균에 감염되면 체내 면역시스템이 작동한다. 이 때 면역세포로부터 분비되는 단백질 면역조절제 ‘시토카인(cytokine)’은 체온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 즉, 위생환경이 열악했던 200년 전에는 인체 각 부위에서 발생한 염증 때문에 평균 체온이 약간 높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중앙난방과 에어컨 등 실내온도 조절이 가능해지면서 생리현상의 일환으로 체온이 불규칙하게 높아지는 경우가 감소했다는 점도 체온 저하의 요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파슨넷 교수는 "현대인은 생리적으로 과거와 전혀 다르다. 실내 온도, 미생물과의 접촉, 먹는 음식 등 생활환경이 크게 변화했다. 우리는 생리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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