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모리대 연구팀, 최저임금 1달러 상승하면 자살률 3.5%~6% 감소
실업률 6.5% 이상일 때 고졸 이하 학력자에서 상관관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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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자살의 동기는 여러 가지가 존재하지만,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 자살의 주요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1998년 IMF 사태,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 사태와 맞물려 급격히 자살률이 상승한 바 있다. 

미국 에모리 대학(Emory University) 발표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달러(약 1160원) 상승하면 자살률이 3.5%~최대 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영국의학저널(BMJ) 최신호에 게재됐다. 

BMJ저널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2017년 미국 자살자수는 약 4만 7000명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18세~24세의 젊은층의 경우 사인의 20%가 자살이다. 미국인의 자살률은 해마다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1999년~2017년까지 전 세계 약 절반의 국가에서 자살률이 30% 이상 증가했다.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적 문제가 지목되고 있지만, 최저임금 정책 등 경제적 개입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이에 에모리 대학 연구팀은 1990년~2015년 기간 동안 ▲미국 전체 주(州) 최저임금 ▲18세~64세 실업률 ▲자살률 등 월별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1990년~2015년에 걸친 연구 기간 동안 미국 전체에서 478건의 최저임금 정책 변경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연방 최저임금과 국가별 최저임금이 각각 정해져 있고, 어느 쪽이든 높은 쪽을 실제 최저임금으로 책정하도록 되어 있다. 1990년 연방 최저임금은 3.8달러였지만, 2015년 7.25달러로 상승했다. 또 2015년 당시 워싱턴 DC와 29개 주에서 주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이 연방 최저임금을 상회했다. 

1990년~2015년 기간 동안 18세~64세 고졸 혹은 그 이하 학력을 가진 사람의 자살자수는 39만 9206 명이며, 대학 혹은 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의 자살자수는 14만 176명이다. 연방 최저임금과 국가별 최저임금의 차액과 자살률·실업률 관계를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이 1달러 상승할 때마다 고졸 혹은 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사람의 자살률이 3.5~6%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저임금 변화는 대학 학부과정 및 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의 자살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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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저임금과 자살률 관계는 주(州) 실업률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이 6.5% 이상일 때 최저임금이 증가하면 자살률은 감소했지만, 실업률이 낮을 경우 최저임금과 자살률 관계는 약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분석 추정치에 근거해, 실업률이 증가한 리먼쇼크 후 2009년~2015년 최저임금이 1달러 높았다면, 고졸 혹은 그 이하 학력자 18세~64세 자살자수를 총 1만 3800명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최저임금이 2달러 높았을 경우 자살자 수는 2만 5900명 감소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연구기간 전체(1990년~2015년)로 계산하면 최저임금 1달러 상승으로 자살자수가 2만 7550명 감소하며 2달러 상승하면 5만 7350명 감소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관찰 결과에 근거한 것이며, 최저임금과 자살률에 존재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연구팀은 실업률이 높을 경우 최저임금을 높여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 대해 카디프 대학 명예연구원인 딘 버넷(Dean Burnett) 박사는 “재정상황이 자살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도, “이번 연구는 직접적 경제 개입이 자살 방지에 효과적이라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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