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에어버스 제공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하이브리드(HEV)와 전기차(EV)를 필두로 한 전기 동력차 시장 규모는 매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급성장하고 있다. 반면 전기비행기는 전기 동력 기반의 '라 프랑스(La France)'가 그 시초로 이미 1884년에 23분 비행에 성공했지만 내연기관 비행기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과 배터리 기술발전에 힘입어 차세대 ‘전기비행기’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 친환경 전기 비행기 기술개발 ‘후끈’ 
 
최근 다수의 환경 보호론자들이 항공기의 엄청난 이산화탄소 배출을 문제 삼고 있으며, 최근에는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활동가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 친환경 동력에 눈 돌린 글로벌 항공기 업체들을 비롯해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전기비행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엑스트라 330LE ⓒ지멘스 홈페이지

전기모터는 기존 제트엔진보다 유지보수가 쉽고 저렴하며, 소음이 적고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해 친환경적이다. 그간 기술 한계 등으로 외면받아왔지만 리튬이온 배터리 등장 이후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추세다.  

기술적으로 소형 비행기는 이미 전기를 동력으로 하늘을 날 수 있고 비행 실험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멘스가 세계최초로 독자 개발해 2017년 4월 공개한 전기비행기 ‘엑스트라 330LE’는 최고 시속 337㎞를 돌파했다. 엑스트라 330LE 비행모습은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에어버스는 지멘스와 협력해 소형 전기비행기 이팬(E-Fan)을 개발하고 있으며, 2030년을 목표로 100인승 하이브리드 여객기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잉과 제트블루 투자 유치로 화제를 모은 미국 스타트업 주넘에어로는 보잉과 협력해 승객 10~15명의 항속거리 1100㎞ 하이브리드 비행기를 개발하고 있다. 2022년 미국 전용기 서비스 업체 제트스위트에 100여대를 납품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에는 영국 자동차업체이자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개발사인 롤스로이스가 시속 482km의 세계 최고 속도의 전기비행기 '악셀(ACCEL)'을 2020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개발에 성공한다면 지멘스가 개발한 전기비행기의 최고 속도를 앞지르게 된다. 

◆ 대형 전기비행기의 난제: 배터리-제트연료 에너지 밀도차  

영국 러프 버러 대학에서 응용 공기역학을 연구하는 던컨 워커(Duncan Walker) 교수는 호주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몇 년 내 소형 전기비행기 시대의 진입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복잡한 문제이며 사이즈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형 항공기 동력원을 전기로 바꾸는데 있어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일까? 워커 교수는 이는 추진 시스템이 아닌 ‘에너지 밀도’(energy density)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항공기에 사용되는 제트 연료의 에너지 밀도는 최신 리튬이온 배터리의 30배에 달한다. 즉, 제트 연료를 그대로 동일한 부피의 리튬이온 배터리로 대체하면 비행에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다.

에어버스 A380 ⓒ 위키피디아 

가령 세계 최대 여객기인 에어버스 A380은 1회 비행에 600명의 승객과 화물을 싣고 1만 5000km를 날 수 있다. 그러나 에어버스 A380 연료를 그대로 배터리로 교체한다면, 계산상 불과 1000km를 비행할 수 있을 뿐이다. 

워커 교수는 기존 항속 거리 유지를 위해 배터리 부피를 30배로 늘린다면 이번에는 무게 때문에 이륙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형 여객기의 이륙 시 중량 가운데 절반은 연료가 차지하는 만큼, 무게와 항속 거리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는 장거리 비행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일반 항공기는 제트 연료가 소비되면 기체 무게도 줄여주지만 전기항공기는 배터리 무게가 거의 동일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무게로 비행을 이어가야 한다. 

◆ 친환경 미래 비행기 시대 열리나?    

이처럼 대형 비행기의 전기 동력 개발은 어려운 반면, 전체 무게에서 차지하는 연료 비율이 10~20%에 불과한 5~10인승 소형 전기비행기 기술은 앞서 살펴보았듯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소형 비행기도 기존 연료를 그대로 배터리로 교체하면 항속 거리는 짧아진다. 하지만 2~3명의 승객 공간을 배터리로 채우면 기존 연료로 1000km 비행하는 항공기가 약 500~750km 비행할 수 있다. 

항공기 업계 테슬라로 불리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이비에이션(Eviation)은 ‘엘리스(Alice)’라는 소형 전기비행기를 발표했다. 제트 연료의 배터리 교체뿐 아니라 추진 시스템을 기체에 통합하는 등 설계 혁신까지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년 뒤 취항 예정인 앨리스의 목표는 최대 9명의 승객을 태우고 충전 한 번에 시속 444km로 최대 1000km 비행하는 것이다. 

엘리스 ⓒ 이비에이션 홈페이지

항공기 업계가 단거리 비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는 전기비행기 진화 가능성으로 '리튬 공기 배터리(lithium-air battery)'에 주목한다. 이는 공기 중 산소를 정극 활물질로 충·방전할 수 있는 배터리로, 이론적으로 제트 연료와 같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다. 그러나 아직 실험 단계에 불과해 실제 항공기 탑재 가능 여부는 불투명하다.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기존 제트 연료 기반의 터보팬 엔진 추진시스템과 전기 추진시스템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비행기다. 대표적인 것이 에어버스·롤스로이스·지멘스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개발중인 하이브리드-전기 추진시스템 여객기 ‘이팬(E-Fan) X’ 프로젝트다. 

약 100명이 탑승 가능한 시험용 제트 여객기 BAe 146를 이용해 4개의 터보팬 엔진 가운데 하나를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추진팬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에어버스는 2030년까지 100인승의 하이브리드 비행기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동력 개선 외에도 미항공우주국(NASA)이 보잉과 함께 날개와 동체를 일체화한 새로운 디자인의 항공기 '블렌디드 윙 바디(blended wing body, BWB)'를 개발하고 있다. 설계 변경을 비롯해 기술적 과제가 많지만 엔지니어들은 BWB를 통해 항공기 에너지 소비량을 2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렌디드 윙 바디 ⓒ NASA 홈페이지

온실 가스 배출 규제가 날로 심해지는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비행기 개발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수백 명을 태운 대형 전기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언제쯤 볼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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