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7천억 잭팟 김봉진 대표…플랫폼 키운 공로자들 ‘배신감’

데일리포스트=배달의민족 매각 놓고 소상공인 '배신감'
데일리포스트=배달의민족 매각 놓고 소상공인 '배신감'

[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 “그동안 김봉진 대표가 배달 노동자들의 권익을 강조했던 만큼 갑작스러운 M&A 발표는 배달 노동자들의 분노는 상당할 것입니다. 그동안 배달의민족 브랜드 성장에 일조했다고 자부하는 배달 노동자들 입장에서 우아한형제들의 일방적인 결정은 분노의 불씨를 키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실련 정호철 간사)

지난 13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요기요’,‘배달통’을 인수해 운영 중인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가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는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심사를 거쳐 기업결합에 대한 승인이나 조건부 승인을 하면 게르만족 후예인 독일 국적의 외국계 기업이 된다. 그동안 국내 토종기업을 강조했던 배달의민족이 말 그대로 ‘게르만민족’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자본금 3000만 원의 소규모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매각가 4조 7000억 원의 거대한 공룡으로 비대해진 배달의민족이 게르만족 입성을 앞두고 이를 지켜보는 이용 고객과 배달 종사자, 그리고 수수료를 지불하고 거래했던 파트너사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우선 배달의민족을 평소 애용했던 고객들은 배달앱 독과점으로 혜택 축소를 걱정했으며 배달의민족 플랫폼을 현장에서 키워낸 실제 공로자인 입점 파트너사와 배달 종사자들은 전광석화와 같은 M&A 통보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각 분야에서 제2의 배달의민족을 꿈꿨던 다양한 중개플랫폼 기업들 역시 국내 시장과 노동자에 대한 ‘책임 경영’을 강조하며 선한 영향력을 제시했던 롤모델 기업과 김봉진 대표의 ‘언행 불일치’ 행보에 적지 않은 배신감을 토로했다.

◆ 배달의민족 매각 4일…직원과 대화서 비판 여론 봉합 시도

4조 7000억 원 매머드급 몸값을 받게 된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3일 매각 발표 과정에서 배달의민족의 매각 이유가 쿠팡의 일본계 자본을 바탕으로 한 견제를 강조했다. 뜬금없는 쿠팡과 일본 자본을 앞세워 ‘반일 정서’에 이를 지켜본 여론은 오히려 냉소적인 반응으로 일관했다.

비난 일색의 여론을 의식해서일까? 지난 17일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와 김범준 차기 대표는 전 직원들과의 대화 ‘우수타(우아한수다 타임)’을 언론에 공개하며 세간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잠재우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실제로 김봉진 대표와 김범준 차기 대표의 질문과 답변은 우아했으나 이미 드러난 꼼수 때문인지 ‘신뢰’ 부분에서는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김범준 차기 대표는 독과점으로 인한 수수료 인상 우려를 지적한 한 직원의 질문에 “DH와 M&A로 인한 중개 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진화에 나섰다.

이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는 “시장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극히 모범적이고 원론적인 답안이며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질문과 답변을 고스란히 보여줬다.”고 일갈했다.

배달앱 시장 독과점 가능성 심사를 통해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들끓어 오른 잡음을 재워야 할 시점에서 입점 파트너사들을 자극하는 수수료 인상 관련 질의응답은 관련 논란을 사전에 방지한 영악한 언론 대응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새 요금체계,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파트너사들은 ‘나 홀로 잭팟’을 터트린 배달의민족이 고혈을 짜내며 플랫폼 키우는데 희생한 파트너사들의 거센 비난을 달래기 위한 달콤한 미봉책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롤모델 스타트업의 감춰진 탐욕…순수 플랫폼 스타트업 ‘실망’

국내 시장 점유율 90% 이상 독과점 수준의 배달의민족이 시장 점유율 1%도 채 안되는 쿠팡이 운영하고 있는 ‘쿠팡이츠’의 일본 자본을 바탕으로 한 시장 파괴를 염두해 체결한 4조 7000억 원 규모의 게르만족 매각을 놓고 우아한형제들을 롤모델 삼았던 중개 플랫폼과 스타트업 기업들도 실망과 박탈감을 표출하고 있다.

배달앱 개발 스타트업 관계자는 “토종 플랫폼 스타트업의 대표성을 띄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이 외국 기업에 팔린다는 사실에 신생 플랫폼 스타트업 개발사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더욱이 배달앱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며 이른바 ‘쏠림 현상’을 보이는 것을 놓고 소비자들은 ‘혜택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깊은 우려감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은 “DH에서 운영하는 요기요와 배달통과 달리 배달의민족은 합작법인 ‘우아DH아시아로부터 경영 방침을 지시받기 때문에 국내 시장의 경쟁 상황은 현재처럼 유지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배달앱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들의 혜택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혜택 감소 등의 불안감은 없을 것이라는 뉘앙스가 짙은 대목이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의 “소비자 혜택 감소는 없다”는 강조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는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같은 자본이 투입된 회사 간 출혈 경쟁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뻔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등장하는 신규 배달앱들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다면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역시 대응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현재 1~3위 배달앱의 상태가 유지되는 독과점 형태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고객의 혜택 감소나 파트너사의 가중된 부담감은 분명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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