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채용시스템 공정하고 투명하게 실시…수사 의뢰 요청”
사망 문 씨 “마사회X들 믿을 수 없어…유서 복사본 남긴다.”

데일리포스트=한국마사회 경마 기수 자살
데일리포스트=한국마사회 경마 기수 자살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마사회의 모든 채용시스템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아닌 내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사위원회를 거쳐 죄종 결정되는 만큼 어떠한 부정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관련 의혹에 대해 저희도 경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

‘신의 직장’으로 손꼽히고 있는 한국마사회가 소속 기수들의 잇단 자살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7월 부산경마 최우수 기수로 선정된 故 조성곤 기수의 자살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젊은 기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기수 문모 기수가 ‘부정경마와 조교사 선정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미지 제공 = 공공운수노조 홈페이지
이미지 제공 = 공공운수노조 홈페이지

숨진 문 씨는 “기수라는 직업에 한계가 있고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를 받았으며 조교사가 되기 위해 자격증까지 취득했음에도 내부 부조리를 넘을 수 없었다.”면서 “(유서)내가 쓴 것 맞다. 진짜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부디 날 아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문 씨의 유서에 적시된 내용만 보면 한국마사회의 채용시스템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더욱이 그동안 의혹으로 치부됐던 경마 기수들에 대한 조교사들의 부당한 갑질 역시 현실로 체감할 수 있다.

문 씨의 죽음과 유서 내용을 토대로 전국공공운수노조는 “한국마사회의 갑질과 부조리가 만든 타살”이라고 주장하며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고인은 마사회-마주-조교사로 이어진 다단계 갑질 구조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경주마 위에 올랐지만 현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마방 운영 권한은 마사회 간부의 친분에 따라 낙점됐고 고인은 자격을 취득하고도 5년이나 마방 운영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사진설명=숨진 경마기수 문 씨의 유서 일부
사진설명=숨진 경마기수 문 씨의 유서 일부

노조는 또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4명의 기수와 명의 마필관리사가 다단계 부조리 갑질구조로 희생됐지만 마사회는 아직도 자기들의 일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다.”며 “조교사제도 개선과 경마기수 처우개선 등을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5년 3월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였던 이명화 기수(여 당시 25세)가 체중감량에 따른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에 따른 자살 이후 박진희 보조기수(여)를 비롯해 관리사와 최근 조성곤 기수, 문 모 기사에 이르기까지 한국마사회 소속 직원들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부정과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한국마사회는 의혹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한국마사회측은 “숨진 문 씨가 유서에 남긴 부정 경마와 조교사 개업 비리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유서에 언급된 부정경마와 관련 책임자는 우선 직위 해제했다.”고 해명했다.

한국마사회 한 임원은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회사에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엄정하고 전방위적으로 취할 것”이라며 “숨진 문 씨와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이번 사태와 관련한 모든 사고수습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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