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악몽, 실제 공포 상황에서 감정제어 효과 높여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flic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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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수면은 메커니즘 규명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완전히 풀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수면 중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는 뇌가 제2의 정신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꿈’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악몽을 꿀 때 뇌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꿈에서 두려움을 경험했을 때 감정을 통제하는 뇌 영역이 ‘현실의 공포(두려움을 유발하는 상황)’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휴먼브레인매핑(Human Brain Mapping) 최신호에 게재됐다. 

'휴먼브레인매핑'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휴먼브레인매핑'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 악몽을 꾸는 동안 활동하는 뇌 영역 존재
 
스위스 제네바 대학(UNIGE)과 제네바 대학병원(HUG) 연구팀은 18명의 실험 참여자 머리에 뇌파전극을 연결해 수면 중 여러 번 각성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깰 때마다 ‘꿈을 꿨는가?’ ‘꿈에서 두려움을 느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에 대한 답변과 뇌 활동을 대조한 결과, 연구팀은 꿈 형성에 반응하는 뇌 영역을 발견했다. 이와 동시에 꿈의 내용에 따라 특정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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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실험 참여자의 반응을 기반으로 뇌를 분석한 결과, 꿈속에서 경험하는 공포로 활성화되는 뇌 영역은 섬피질(insular cortex)과 전측대상회 피질(ACC, anterior cingulate cortex) 두 가지다. 섬피질은 각성시 감정 평가와 연관이 있으며 두려움을 느낄 때 자동으로 활성화된다. 한편, 전측대상회 피질은 위협에 직면했을 때 운동반응과 행동반응의 준비와 연관이 있다.  

연구팀은 "우리는 잠자는 동안의 '공포와 관련된 뇌 활동'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으며, 꿈속에서 혹은 실제로 공포스러운 상황을 경험하면 같은 위치가 활성화되는 것도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 연구팀, “악몽, 뇌가 제시하는 현실의 대비책”

두 번째 실험으로 연구팀은 ‘잠자는 동안의 공포’와 ‘깨어있을 때의 감정’ 사이의 관계 파악을 위해 89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일주일간 꿈에 대한 일기를 쓰도록 했다. 참여자들은 매일 아침 기억하는 꿈의 내용과 자신의 감정을 기록했다. 

실험 마지막 날 연구팀은 이들의 뇌 MRI 스캔을 시행했다. 폭행 모습 등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하는  사진과 평범한 사진을 보여주고 공포에 반응하는 뇌 영역을 확인하는 한편, 일주일간 꿈에서 경험한 감정으로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변했는지를 조사했다.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xher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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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연구로 ▲섬피질 ▲편도체 ▲전전두엽 피질 ▲전측대상회 피질 등의 뇌 영역이 감정 제어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이 새롭게 발견한 것은 꿈속에서 공포를 오래 경험할수록 부정적인 사진을 볼 때 이러한 뇌 영역의 활성화 정도가 작아진다는 사실이다. 

또, 공포와 직면했을 때 편도체 활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전두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 활동은 무서운 꿈을 오래 꿀수록 증가했다. 즉, 악몽이 일정 정도 두려운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는 꿈속에서 경험한 감정과 현실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강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반응하기 위해 꿈속에서 두려운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꿈은 미래 반응을 위한 훈련장이자, 현실의 위기 상황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연구를 이끈 제너바대학 람프로스 페로감브로스(Lampros Perogamvros) 교수는 "다만 꿈속에서 특정 두려움의 임계치를 넘어서면 역효과가 나타나, 유의미한 감정 제어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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