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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해바라기는 태양광선이 강한 방향으로 줄기가 굴절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제한된 태양광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다. 해바라기처럼 햇빛을 따라 움직이는 합성물질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와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팀은 '선봇(SunBOT:sunflower-like biomimetic omnidirectional tracker)'이라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선봇은 빛과 온도에 각각 반응하는 물질을 섞은 폴리머(중합체)로 만든 인공 굴광성(phototropism) 합성물질이다. 해당 논문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hchn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언뜻 보면 식물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해가 뜰 무렵 꽃을 피우고 질 무렵 꽃을 닫거나, 태양 방향으로 줄기를 구부리는 등 실제로는 환경 변화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해바라기는 굴광성으로 많은 빛을 받아 성장 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태양열로 따뜻하기 때문에 수분(pollination)에 도움이 되는 벌을 모으기도 쉽다. 

햇빛을 따라 움직이는 성질은 태양광 패널 등에 매우 유용하다. 태양전지는 정면에서 똑바로 빛을 받을 때 가장 효율인 발전이 가능하며, 얕은 입사각은 발전효율이 떨어진다. 실제로 하향식 광선과 75도 입사각에서의 패널을 비교하면, 입사각 75도에서는 발전에 유효한 빛에너지가 약75% 손실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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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이전에도 빛의 세기·온도 등에 반응해 휘거나 구부러지는 합성물질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자극 방향을 정확히 탐지해 추적할 수 있는 합성재료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금 나노 입자를 포함한 하이드로젤(Hydrogel) ▲감광성 폴리머 ▲광흡수 색소를 포함한 액정 엘라스토머(elastomer) 등 다양한 빛·열에 반응하는 재료에 주목하고, 이러한 재료를 폭 수 밀리미터·길이 몇 센티미터의 가늘고 긴 모양으로 만들었다. 

원통형 식물줄기 모양을 한 선봇은 레이저 광선이 닿으면 열을 감지해 한 면은 수축하고 반대편은 팽창하는 특성을 있어 빛을 향해 구부러지거나 기울어져 빛을 최대로 모을 수 있다. 

빛에 반응하는 나노물질과 열에 반응하는 물질이 섞여 있어 특정 부위가 빛을 받으면 빛 반응 물질이 먼저 반응해 빛을 열로 전환하고, 이후 열 반응 물질이 수축해 구부러지는 원리다. 광원 각도에 맞게 구부러진 후에는 수축 부위에 빛을 받지 않아, 열이 식으면서 수축이 멈춰 처음 상태로 되돌아간다.

연구팀은 이 중합체가 식물 굴광성을 재현한 첫 인공물질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폭넓은 광선 입사각에도 선봇이 반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바라기처럼 굴광성을 가진 선봇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논문
해바라기처럼 굴광성을 가진 선봇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논문

실제로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선봇에 레이저 광선을 조사한 결과, 빛에 반응하는 성질을 가지지 않는 재료와 비교해 최대 400%까지 효율적으로 빛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태양광 패널 ▲스마트 글래스 ▲우주선 솔라세일(solar sail) ▲레이더 등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태양전지에 선봇을 활용하면 현재 20%대 수준인 발전효율을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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