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안보실장 ‘호위무사’ 수식어 붙어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우기는 게 뭐예요? 우기다가 뭐냐고! 내가 증인이여~똑바로 하세요” (1일 청와대 국감 중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2019년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지난 1일부터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로 ‘강기정’이 연일 상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날 국회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북한의 잇따른 발사체 발사 관련 질문 과정에서 “어거지로 우기지 마시라”고 질책하자 정 실장 바로 뒤에 앉아있던 강 수석이 벌떡 일어나 “답변을 요구해 놓고 우기다가 뭐냐?”며 나 원내대표를 향해 고성을 질렀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강기정 수석”하고 거칠게 맞받아쳤고 한국당 의원들 역시 강 수석을 향해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냐”며 소리를 지르면서 이내 국감장은 여야 의원들은 물론 청와대까지 합세하면서 성토의 장으로 돌변했다.

정상적인 감사가 어려워지면서 이인영 운영위원장은 감사 중지를 선언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서로 “싸가지 없다” “반말 하지마” 등 삿대질과 고성이 오고갔다.

‘툭’하면 ‘욱’하고 터지는 다혈질 정치인 ‘비난’

나 원내대표의 속사포 질문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후면에서 지원하고 나선 강기정 정무수석의 이른바 ‘촌철살인(寸鐵殺人)’ 정신은 말 그대로 잊지 못할 국정감사의 대미(大尾)를 장식한 것이다.

피감기관의 한해 성과 등을 감사하는 국정감사에서 고성과 반말이 오고가는 현상은 물론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성숙하지 못한 위원들과 불성실하게 대응하고 나선 피감기관과 행정부의 모습에서 국민들의 이맛살은 무겁게 내려앉을 수밖에 없다.

네티즌들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강기정 정무수석간 고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함량이 미달되는 인사가 소통을 중시하는 정무수석이라는 자체가 코미디”라면서 “정의용 실장을 상대로한 국감에서 왜 격앙되게 목소리를 높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물론 나 원내대표가 집요하게 정 실장을 괴롭힌 것도 성숙되지 못한 국감 위원의 모습이지만 정 실장이 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강기정이 툭 튀어나와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몰고 갔는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난데없는 끼어들기 고성에 국감장이 난장판으로 돌변한데 대해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강기정은 정쟁수석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강 수석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김성회 의원과 주먹다짐…국회 경위 폭행 ‘갑질 논란’

청와대 국정감사 과정에서 정 실장을 향해 “우기지 마시고”라는 다소 예의를 벗어난 표현을 던진 나 원내대표를 향해 “우기지 마시라니?”를 외치며 이른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호위무사를 자처한 강기정 정무수석은 국회의원 시절 상대 의원들과 폭행과 다툼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실제로 2007년 BBK 특검법 과정에서 의장석을 점거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을 상대로 전화기를 무기삼아 대치한데 이어 이듬해 행정안전위에서 법안소위원장이던 권경석 의원의 개회 선언 방해를 위해 권 의원의 입을 막고 웃으면서 ‘히스기정’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또 2009년 7월에는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서 육탄전과 같은 몸싸움을 벌이다 당시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 보좌관을 폭행해 벌금 5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강 수석의 패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 시절인 지난 2010년 말 4대강 예산안 날치기 시도 과정에서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과의 폭력 사건은 희대의 사건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당시 4대강 예산안 날치기를 시도하던 한나라당 의원들과 거센 몸싸움 과정에서 강 수석은 김 의원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으며 이에 화가 난 김 의원이 강 수석의 얼굴에도 주먹을 날린 것이다.

육군사관학교 시절 럭비부 주장이던 몸집 좋은 김 의원의 주먹에 입술이 터진 강 수석은 돌연 곁에 있던 국회 경위의 얼굴을 무차별 폭행하면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아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강 수석은 또 2013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의사당 시정연설 이후 대통령 경호실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고 버스 운전 담당 경찰을 폭행하는 장면이 또 다시 논란이 되면서 국회 내 폭력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됐다.

한 야당 의원 보좌관은 “강 수석은 성향 자체가 워낙 강하다 보니 상대 의원들은 물론 같은 당 일부 의원들 역시 가까이 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번 청와대 국감 과정에서 보여준 강 수석의 언행은 그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2019년 국정감사의 마지막 날 청와대 국감 파행의 원인이 된 강기정 정무수석은 전남 고흥 거금도 출신으로 1982년 전남대학교 전기공학과에 입학해 5·18진상규명과 민주화 운동 선봉에 나섰다.

1985년 전남대 삼민투(민족통일, 민주쟁취, 민중해방)위원장으로 전두환 정권 타도 투쟁에 나섰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아 옥로를 치뤘다.

1990년대 초반 광주지역 청년들을 모아 광주역 맞은편 낡은 건물 옥탑방에 ‘새날 청년회’를 결성했으며 1991년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사망한 고 강경대 열사와 전남대학교 박승희 열사(분신), 그리고 분신 노동자 윤용하 열사 등 청년 학생들의 희생이 잇따르던 그해 정권타도 집회 등을 주도했다.

당시 새날 청년회는 다양한 정치 노선의 청년 학생들이 활동했는데 청년회장을 맡은 강 수석은 민족해방(NL)계열 성향이 강해 함께 활동하던 민중민주(PD)계열 일부 청년들과 정치노선을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