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불변의 진리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선택한 거짓:
“죽음은 타인에게만 나타난다”

(출처: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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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TV와 인터넷을 통해 재해나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끊임없이 전해지지만 이러한 '죽음'은 왠지 나와는 상관없는 먼 타인의 불행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뇌에는 ‘죽음은 타인의 일’이라고 여기는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로 밝혀졌다.

이러한 뇌의 방어기제를 발견한 것은 이스라엘 바르일란 대학교 곤다 뇌종합연구센터 소속 야이르 도르 자이더만(Y. Dor-Ziderman) 연구팀이다. 

해외 학술정보 사이트 ‘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direct)’에 등재된 연구팀 논문
해외 학술정보 사이트 ‘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direct)’에 등재된 연구팀 논문

연구팀은 뇌의 예측 메커니즘이 본인의 죽음을 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지원자 24명의 뇌파를 측정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은 본인과 낯선 사람의 얼굴 사진을 무덤·매장·장례식 등 죽음과 관련된 단어와 함께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모니터를 통해 피사체에 사진과 단어를 보여주면서 실험 참여자의 뇌파를 측정하고 뇌가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조사했다.

(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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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실험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과 ‘죽음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제시하고 양자의 관련성을 학습시킨 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연구팀의 예상대로 참여자의 뇌에는 ‘놀라움’을 나타내는 뇌파가 나타났다. 이는 실험 참여자가 죽음을 연상시키는 단어와 사진으로 본 특정인의 관계를 학습해, 의외의 얼굴이 나왔을 때 놀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 실험에서도 참여자는 우선 ‘자신의 얼굴’과 ‘죽음을 연상하는 단어'를 통해 양자의 관련성을 학습했다. 첫 번째 실험과 동일하다면 다음으로 새로운 얼굴과 죽음을 연상시키는 단어의 조합을 봤을 때 뇌파에 놀란 반응이 나타나야하지만, 참여자의 뇌는 반응을 보지 않았다. 이는 자신과 죽음을 연상하는 단어에 관해서는 뇌의 예측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출처: Pixabay.com)
(출처: Pixabay.com)

논문 공동저자인 아브라함 골드스테인(Abraham Goldstein)은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해 "본인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정보와 직면하면 뇌는 예측 메커니즘을 종료시키고 다른 사람의 일로 분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뇌의 반응정지는 방어기제가 작동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도르 자이더만은 "죽음이 병원으로 격리된 현대와 달리 자연 속에 살았던 인류는 주변의 수많은 죽음과 직면해야 했다. 죽음과 마주한 극한의 상황에서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러한 방어기제가 인류생존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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