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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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정부가 지난해부터 갖은 정치적 혼란과 난관을 뚫고 추진해온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전은 단독 후보라 할 수 있는 '토스'만을 위한 장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 흥행참패한 제3 인터넷은행...토스 사실상의 '독무대'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신청 자체를 포기했고 당국이 기대했던 큰손까지 모두 손사래를 쳤다. 제3 인터넷은행 추가인가는 사실상 토스뱅크의 독무대로 전락했고, 금융 분야의 새로운 혁신성장을 모색하려던 금융위원회의 계획도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출처=연합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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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이처럼 더딘 발걸음을 보이고 있는 사이 싱가포르와 홍콩은 5~8개 사이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 선정하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홍콩은 중국과 일본 등에 비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늦은 편이지만 올해에만 8개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인가해 금융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비대면 거래와 무인점포, 영업시간 확대를 비롯해 각종 서비스 경쟁을 주무기로 강조하고 나선 인터넷전문은행은 고객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예·적금 가입과 은행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고 중·저금리 대출 서비스 문턱도 한층 쉬워졌다.

◆ 대주주 규제 속 혁신도 지지부진...시장선 회색빛 전망 줄이어 

문제는 작금의 인터넷전문은행의 미래가 그리 밝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국내의 은산분리 규제는 완화됐지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카카오와 KT가 각각 대주주가 되는데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을 엄격히 규정하는 ‘적격성 규제’ 때문이다.  

은행업의 경쟁 구도 및 사업 전략의 부재도 문제로 거론된다. 그나마 잘나간다는 카카오뱅크 조차 이달 18일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금융권의 새로운 변화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최근 기존 은행들도 온라인·모바일 뱅킹 강화에 주력하고 있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통한 차별화가 충분한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한국보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은 2000년~2018년에 걸쳐 총 10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돼 성업중인 인터넷전문은행 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산업 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허용된다. 산업자본 지분율을 20% 수준에서 허용하고 금융당국의 별도 승인을 받을 경우 그 이상에 대한 허용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제 시작단계인 한국 인터넷전문은행과 달리 일본은 이미 2000년에 도입된 만큼 안정적인 시장 궤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안착한 인터넷전문은행들
일본에서 안착한 인터넷전문은행들

◆ 日성공사례 주목해야… "산업자본 지분 규제 허용 및 차별화된 서비스 필요"

일본의 대표적인 인터넷전문 은행은 ▲일본 최대 포털 야후와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이 각각 41%씩 출자해 만든 ‘재팬넷(JapanNet) 은행’ ▲이통사 KDDI와 도쿄미츠비시UFJ은행 연합 ‘지분은행’ ▲소니그룹의 보험과 은행업무를 담당하는 소니파이낸셜홀딩스의 자회사 ‘소니은행’ ▲SBI홀딩스와 스미토모신탁이 공동으로 설립한 ‘스미신SBI넷은행’ ▲일본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 산하의 ‘라쿠텐은행’ ▲다이와증권의 ‘다이와넥스트은행’ ▲일본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이 대주주인 ‘세븐은행’ 등이 있다.

출범 초기부터 금융과 다양한 산업이 연계된 형태로 출발한 일본은 은행 형태별로 비즈니스모델이 상이하고, 이에 따라 자산 성장 및 수익기반 측면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것도 강점이다. 

일본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현재 전체적으로 흑자 분위기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인터넷은행은 초기 IT설비 등 투자비용이 막대한 만큼 빠른 수익성 확보가 관건이지만 흑자 전환까지 평균 5년 이상이 걸렸다. 고행의 기간이 가장 짧았던 은행은 다이와 넥스트 은행으로 2년이었으며 라쿠텐 은행은 흑자화에 무려 9년이 걸렸다.

일본 인터넷 전문 은행은 다양한 금융사 및 비금융사와의 제휴를 통해 기존 은행과 구분되는 차별화로 수익성을 확보하며 유의미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물론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총자산을 일본 국내 은행 전체와 비교하면 1.8%에 불과한 적은 규모(2018년 3월 기준 21조엔)다. 그러나 ▲성장성▲생산성 ▲수익성 모두 일반은행을 능가한다. 일본은행들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저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한 성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내 인터넷은행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일본처럼 비금융회사가 공격적으로 은행업에 진출할 길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의 일부 인터넷 전문은행은 모기업을 적극 활용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라쿠텐과 야후와 같은 모기업 고객을 은행 고객으로 흡수해 우대 금리나 포인트 통합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재팬넷은행과 라쿠텐 은행이 대표적이다. 다이와넥스트은행 역시 모회사 다이와증권과의 연계를 통해 은행의 보통예금 계좌와 증권 거래계좌간 자금이체 자동 서비스(Sweep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모기업이 보유한 빅데이터는 물론 계열사 간 고객 공유를 통해 소호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카드, 외환 송금등 다양한 업무에서 고객에 최적화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다만 계열사와의 연계영업은 은행업보다는 본업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소니뱅크는 내점하지 않고 인터넷, 이메일, 전화로 주택대출을 신청하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여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또 세븐은행은 편의점 ATM을 통한 은행 업무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편의점 지점망을 활용해 일반 은행 업무는 물론 해외 송금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용이해서다. 세븐은행의 성공 이후  일본 편의점업계 3위 로손도 지난해 은행업에 진출했다.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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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례처럼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 역시 출범 초기부터 중장기 경영 전략을 마련해 꾸준한 혁신을 보여주지 않으면 차별성이 희석될 수 있다. 금융사고의 위험성과 고객 서비스 대응 등 과제도 많아 단순히 낮은 수수료 및 대출 금리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애매모호한 산업자본 지분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주주 구성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표적으로 케이뱅크의 경우 출범 초기 20개 회사가 지분을 나눠가져 증자 의결조차 어려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은행은 사실상 명분만 남은 사업 모델로 전락했다”며 “이 시점에서 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을 둘러싼 금융 환경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은행-비금융기업 공동출자 방식이나 은행 중심의 금융시장 환경 등에서 유사점도 많다. 공격적 자본금 확충으로 사업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대주주 중심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한 차별화 전략으로 확실한 틈새시장을 장악한 일본 사례는 국내 인터넷 은행산업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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