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커버)
(사진='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커버)

[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 ‘화학’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몸과 뇌가 경직되는 ‘케모포비아(chemophobia,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증)’를 가진 이들이 있다.

물론 그들 중에는 이 글을 쓰는 기자도 있다. 화학에는 개미 손톱만큼의 관심도 두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변명은 이거다. “화학 없이도 살 수 있잖아”

내겐 너무나 먼 당신인 ‘화학’을 재미있게 즐겨보자는 사람이 있다. 80만 구독자를 보유한 스타 유튜버 과학자이자 오늘 소개할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의 저자인 마이 티 응우옌 킴 박사다.

딱딱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화학의 세계로 초대하는 그에게 많은 이가 비슷한 질문을 던진 듯하다. “화학으로 도대체 뭘 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화학으로의 초대를 거절하고픈 이들의 질문에 마이 티 응우옌 킴 박사는 말한다. “모든 것!”이라고 말이다.

저자는 그 확신을 증명하려 한 것일까. 책 이름부터가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다. 이에 대해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 원종우 대표는 “가벼운 마음으로 화학에 끌리도록 만드는 책”이라고 추천사를 남겼다.

이 책을 강력 추천하는 저명인사의 글을 확인했음에도 선뜻 화학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이 책의 첫 장을 넘기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화학’은 각종 물질을 혼합하다 ‘폭발’을 일으키기도 하는 ‘위험한 과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장을 넘겨 목차를 확인만 해도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에 대한 궁금증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어려운 화학’이라는 편견을 깨려는 듯 저자는 수면, 기상, 욕실, 책상, 핸드폰, 커피 등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목차에 담아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아침에 모닝콜이 울리면 왜 짜증이 날까’와 ‘모닝콜보다 효과적인 아침 기상법’에 대한 화학적 설명을 자신의 아침 상황으로 설명한다. 새벽 조깅을 즐기는 남편 마티아스 때문에 의도치 않은 오전 6시 모닝콜을 얻어맞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로 분노한 저자는 여전히 꿈속을 헤매는 남편을 위해 커튼을 열어젖힌다. 남편의 ‘멜라토닌 수치’를 낮추기 위해서라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공감 가는 아침을 예로 들며 ‘멜라토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 그는 ‘멜라토닌 분자’를 알기 쉽게 소개한다.

“멜라토닌 분자는 뇌 중앙에 자리한 솔방울샘이라는 작은 내분비샘에서 생산되며, ‘수면 호르몬’이라는 사랑스러운 별명으로도 불린다. 이런 별명이 붙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멜라토닌은 우리의 활동 일주기(circa dies) 리듬, 그러니까 수면-활동 생체리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멜라토닌 수치가 높을수록 우리는 더 피곤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편리하게도 빛이 멜라토닌의 집결을 막아준다. 빛의 효력이 서서히 마티아스에게도 미치는 것 같다” (p.14 화학자가 아침을 시작하는 법)

피곤함을 느끼게 한다는 ‘멜라토닌’이라는 생소한 분자가 너무 쉽게 내게 다가왔다. 이 책은 수면과 기상에 담긴 화학 이야기를 시작으로 모닝커피는 언제 마셔야 가장 효과적이며 따뜻한 커피는 왜 식어버리는지를 코르티솔 분자와 입자의 운동을 이용해 재밌게 풀어간다.

또 불소가 함유되지 않은 치약을 사용하는 남자친구와의 결별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서 치약에서 불소가 하는 역할을 비금속 원자들의 공유결합으로 연결하며, 친구와의 전화 통화 중 배터리가 방전되는 에피소드를 통해서 핸드폰 속 산화-환원 반응과 스마트폰의 희토금속을 다룬다.

남편, 친구와의 인간관계에서 화학결합과의 유사성을 찾고, 에탄올이 가득한 저녁 파티로 마무리되는 하루 일과의 끝에 다다를 때쯤이면 평소 우리가 지나치는 것들 중 화학과 무관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화학의 재미에 매료되는 것을 ‘화학 스피릿’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화학 스피릿’을 전염병처럼 많은 사람에게 퍼트리는 미션을 수행 중이라고 말하는 마이 티 응우옌 킴 박사. 이 책은 케모포비아에게 ‘화학 스피릿’을 전염시킬 강력한 ‘화학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