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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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2017년 이후 쿠바에 주재하는 미국과 캐나다 외교관들이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뇌 손상 및 두통·현기증 등 이상 증세를 호소했다. 올 초에도 외교관 여러 명이 원인불명의 뇌 손상을 겪어 쿠바 주재 인원을 최소한으로 축소한다는 캐나다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 현상의 원인이 '모기 살충제'라고 주장하는 새로운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2017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주재하는 미국과 캐나다 외교관 사이에 두통·현기증·난청·뇌 손상 등 건강 피해 보고가 잇따랐다. 일부는 윙윙거리는 소리나 고음을 들었다고 말했다.  

(출처: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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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미국은 아바나 증후군(Havana Syndrome)으로 알려진 이 미스터리한 증상의 원인을 쿠바의 '음향 공격'으로 판단했지만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지는 못했다.

그간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이 '귀뚜라미의 울음소리' 혹은 '집단 히스테리'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새로운 연구는 모기 훈증에 사용된 약물의 신경 독성이 원인일 가능성을 제시한다. 훈증은 살충·살균 등을 위해 기체상의 약 유효성분을 확산시켜 대상에 침투시키는 방법을 의미한다.

쿠바 아바나의 미국 대사관
쿠바 아바나의 미국 대사관

이번 연구는 캐나다 외무부가 조직한 댈하우지대학교 BRC(Brain Repair Centre)와 노바스코샤주 보건국 연구팀이 진행했다. 연구팀은 피해 주재원들이 기억·집중·수면주기 기능을 담당하는 뇌 특정 부분에 손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신경계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독은 한정되어 있는데 주로 살충제 및 농약, 유기인(organic phosphorus)에 사용된다.

연구팀은 아바나에 거주한 적이 없는 대조군을 포함한 2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실시했다. 쿠바 주재원과 가족의 쿠바 입국 전후 혈액검사 및 뇌 영상검사를 통해 뇌의 변화를 관찰했다.

와일리 온라인 라이브러리(Wiley Online Library)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와일리 온라인 라이브러리(Wiley Online Library)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신경가스의 대표적 피해사례는 고용량 신경독에 노출된 1995년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사건이다. 아바나 증후군 피해자들은 저용량 신경독에 노출돼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두통과 현기증 등 증상이 나타났다.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지카바이러스(Zika virus) 유행 이후 쿠바는 공격적인 모기 대항 캠페인을 실시했으며 많을 때는 대사관 안팎에 2주마다 살충제를 살포했다. 실제로 아바나에서 증상을 호소한 캐나다인의 경우 피레스로이드와 인산에스테르 등 살충제에 포함된 화합물이 검출됐다. 또 증상을 강하게 호소한 사람과 살충제가 살포된 횟수 사이의 상관관계도 확인된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출처: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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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아바나 증후군 원인으로 집단 히스테리 가능성도 나왔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이자 이번 연구에 참여한 신디 칼킨(Cindy Calkin)은 가능성을 부정한다. 칼킨 박사는 피해자 인터뷰 결과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킬 의학적 원인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논문 대표 저자인 엘론 프리드만(Alon Friedman)은 “이번 연구의 중요한 의미는 주재원과 가족뿐 아니라 광범위한 사람들의 건강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한다. 연구팀은 앞으로 독성이 더 강한 약을 확인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쿠바 정부와 협력해 쿠바인들이 유사한 증상을 겪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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