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최후의 날'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공룡 최후의 날'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 김정은 기자
  • 승인 2019.09.11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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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라진 공룡 멸종 가설 입증할 '증거' 나와
美텍사스 오스틴대 연구팀, 칙술럽 분화구를 채운 암석 분석
'광물의 황 기화, 대기로 방출돼 지구 한랭화' 가설 뒷받침
(출처:NASA)
(출처:NASA)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무려 1억5000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한 공룡은 백악기를 끝으로 약 6천600만 년 전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학계에서는 지구와 거대한 운석과의 충돌이 공룡을 비롯해 많은 생명을 앗아간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충돌에 의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시뮬레이션 결과 등으로 어렴풋이 추측할 뿐이다. 

공룡 멸망의 발단이 된 운석의 흔적으로 가장 유력한 분화구를 직접 발굴 조사한 결과 소행성 충돌 직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히는 구체적 증거가 나와 이목이 집중된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 북부에 존재하는 직경 약 160km의 칙술럽(Chicxulub) 분화구는 약 6604만 년 전에 지구에 낙하한 운석과의 충돌 흔적이다. 직경 10~15km의 거대한 운석과의 충돌로 발생한 에너지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약 10억 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어 공룡 멸종 원인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충돌이라 해도 당시 발생한 충격과 열만으로 지구 생명체의 75%나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운석 충돌로 발생한 이물질들이 대기 중으로 빠르게 방출돼 지구를 뒤덮어 캄캄한 암흑천지가 왔고 지구 전체에 혹독한 겨울이 닥쳤다는 것이 그간 학계의 통설이었다. 

이 시나리오를 통해 과학자들은 지구상의 생명체가 멸종했다는 가설을 세웠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일 뿐이었다.   

◆ 대멸종의 결정타는?....밝혀진 운석충돌 당일의 기록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지질학자 진 걸릭(Sean Gulick) 교수가 이끄는 20명 이상의 국제 연구팀은 충돌 후 24시간 내에 칙술럽 분화구를 채운 암석을 통해 대멸종 원인의 증거를 찾아 이론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게재됐다.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텍사스 오스틴대 연구팀 논문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텍사스 오스틴대 연구팀 논문

국제 연구팀은 칙슐럽 분화구에서 시추공을 통해 2개월에 걸쳐 약 10피트(약3m) 길이의 암석 코어를 채취했다. 그리고 샘플을 분석해 운석 충돌 당시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했다. 

분화구에서 채취된 샘플에서는 숯(charcoal)과 토양균류의 생물지표(biomarker)가 발견됐다. 이에 연구팀은 "충돌 당시 열에 의해 대규모 화재가 발생, 그 충격으로 발생한 거대한 해일에 밀려 운석충돌로 생긴 거대한 구덩이로 흘러들어 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걸릭 교수(오른쪽)가 암석 코어를 채취하는 모습
걸릭 교수(오른쪽)가 암석 코어를 채취하는 모습

연구팀은 "화재 범위는 충돌 지점부터 반경 900마일(약1500km)에 달하며 해일은 500마일(약800km) 떨어진 미국 일리노이 주까지 이어진 대규모였다"고 설명한다. 

또 해저에 뚫린 분화구에는 엄청난 기세로 해수와 퇴적물이 흘러들어 불과 하루 사이에 약 425피트(약130m)의 지층이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지층의 형성 속도는 지금까지 발견된 어떤 지층 형성 속도보다 빠른 것이다.

◆ 충돌로 인한 암석의 황 증발로 ‘혹독한 겨울’ 도래 

하지만 가장 중요한 발견은 '샘플에서 발견된 것'이 아닌 '샘플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에 있다. 연구팀은 칙슐럽 분화구 근처에 있는 암석에는 유황이 다량으로 포함돼 있는 반면, 샘플에는 유황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걸릭 교수는 이와 관련해 운석충돌이 분화구 부근 암석에 포함된 황을 기화시켜 대기로 방출함으로써 햇빛을 차단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연구팀은 적어도 3250억 톤의 황이 대기 중으로 방출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채취한 암석 코어의 단면
채취한 암석 코어의 단면

즉 대멸종은 대량의 유황과 암석 증기로 발생한 황산염 에어로졸에 의한 태양광 차단-대규모 기후 변화-장기적인 지구 한랭화의 결과였던 것이다. 

걸릭 교수는 공룡이 멸종한 경위를 요리에 비유해 "공룡들은 우선 튀겨진 다음 냉동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진정한 살인자는 운석이 아닌 대기다. 공룡이 사라질 정도의 대량 멸종은 오직 대기 효과 밖에 없다"며 이번 발견이 운석충돌 가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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