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의 발명…그리고 전화기의 원리가 궁금해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세상 참 좋아졌구먼. 그러니까 이 선(전화선)으로 사람의 목소리가 오고 간다는 말이제? 허~허.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이 전화기 선 안에 귀신 있다고 굿판을 벌이겠다.” (80년년 초 MBC 드라마 전원일기 中)

스마트폰 한 대만 있으면 전화는 물론 인터넷, 게임, 모바일 쇼핑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멀티 플레이어가 가능한 지금과 달리 30년 전만 하더라도 집집마다 유·무선 전화기가 필수적이었다.

이보다 앞서 40~50년 전인 1960년~1980년대 초 전화기 보급률이 낮았던 당시 시골은 어땠을까? 전화기 보급률도 낮았지만 전화요금 역시 높았던 만큼 경제력이 보장된 가정을 제외하면 공중전화나 동네 단골 약국, 가게 등에 비치된 전화기를 주인 눈치를 살피며 사용했던 추억이 있다.

60년대 말, 그리고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전화기는 말 그대로 부(富)의 상징이었고 귀한 존재였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한참 벗어난 시골의 사정은 어땠을까? 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장수 드라마로 인기를 구가했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시골 동네의 유지인 김 회장(최불암 분) 집과 벼 수매력이 높았던 대농(大農)정도를 제외하면 전화기는커녕 흑백TV 조차 감당할 수 없었던 대다수 농가(農家)의 나이 지긋한 촌로(村老)들에게 전화기 속 들리는 목소리는 신세계가 아니었을까?

실제로 드라마상 대본의 일환이지만 어렵사리 전화기를 설치한 일용엄마(김수미 분)는 전화기 너머 들리는 상대방의 목소리에 적지않게 놀라면서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시면 전화기 속에 귀신이 산다고 했을 것”이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다.

이미지 출처=드라마 전원일기 캡처
이미지 출처=드라마 전원일기 캡처

번호가 적힌 회전판 다이얼에서 버튼식 다이얼의 유선 전화기,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골동품(?)으로 전락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사람과 사람을 잇는 혁신의 아이콘임에 분명하다.

궁금하다. 귀신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전화기는 누가 발명했으며 빠르게 오가는 목소리의 원리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먼 거리의 사람과 소통이 가능한 근대 역사의 혁신 기술인 전화기는 1876년 이탈리아 출신 ‘안토니오 메우치(Antonio Meucci)’에 의해 최초로 발명됐다.

메우치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전화기를 발명할 당시만 하더라도 불안정한 모델이었고 현재의 안정화된 전화 모델은 1876년 미국이 과학자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에 의해 실용적인 전화기를 완성시켰다.

물론 인류 역사상 최초의 전화기 모델을 발명한 안토니오 메우치, 그리고 현재까지 안정적인 모델로 안착시킨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여기에 전화기 발명의 최초는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던 엘리샤 그레이 등 전화기의 최초 발명을 놓고 여전히 진위 논란에 빠져 있지만 전화기의 발명은 후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히 혁신적인 과학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수십 킬로미터, 수천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먼 곳의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전화기의 이 놀라운 기술의 원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중학생 시절 친구들과 두 개의 종이컵에 실을 연결해 한 명의 친구는 귀에 종이컵을 대고 또 다른 친구는 종이컵을 입에 붙여 말을 했다. “야~내 말 들려?” 조용히 건넨 말이 연결한 실을 따라 미세하게 진동을 하며 귀에 울린다.

실을 조금 더 길게 연결하고 방 안에서 방 밖으로 문을 닫고 다시 불렀다. “지금도 들려?” 실이 짧았을 때와 달리 파동은 약했으나 말소리는 또렷하게 들여왔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사람의 성대라는 진동판을 진동시켜 목소리가 종이컵에 전달되는 원리와 같이 전화의 원리 역시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는 원리와 비슷하다.

전화 통화가 이뤄지기 위해 무엇보다 송화기에서 음성을 전류로 변환해야 한다. 여기서 송화기는 인간의 성대와 같은 진동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진동판은 알루미늄 합금인 듀랄루민으로 구성됐으며 이 진동판은 음성에 따라 흔들리게 된다. 흔들린 진동의 압력은 진동판 뒤에 있는 일종의 탄소가루인 ‘탄소립’에 전달된다.

다시말해 탄소가루를 통해 음성과 동일하게 변화된 전류가 흐르게 되며 ‘음성전류’가 상대방의 수화기로 전달된다. 이때 영구자석과 코일, 진동판으로 구성된 수화기에서 다시 전류에서 음성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인간의 성대와 같은 진동판이 있는 송화기와 달리 수화기에는 영구자석에 코일을 감은 전자석과 소리를 만드는 진동판이 동시 존재하는데 코일에 음성전류가 흐르면 그 전류의 변화에 따라 자력선이 변화면서 진동판은 음성전류에 맞춰 진동하게 된다.

조금은 복잡하지만 단순한 방식의 음성전류가 바로 전화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람의 성대에서 나오는 소리에 공기의 진동을 전기의 진동으로 바꿔 유선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방식, 이것이 바로 전화의 원리다.

지금으로부터 130년 전 이탈리아의 한 발명가에 의해 탄생한 전화기는 현재 전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안부를 주고받는 근대 기술 역사의 최고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이 궁금해’ 두 번째 주제 “이(전화) 선 안에 귀신 있다”는 페이스북 아이디 ‘미르코’님이 보내주신 내용을 토대로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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