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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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거미줄을 인공적으로 재현한 ‘인공 합성 거미실’과 곰장어 점액에서 착안한 신소재 등 재료공학 분야에서는 자연 속 생물에서 힌트를 얻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달팽이 점액에서 영감을 얻은 강력한 순간접착제가 개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재료 공학을 연구하는 수 양(Shu Yang) 연구팀은 ‘강력한 접착력을 가지고 있지만 필요할 때 바로 뗄 수 있는’ 신개념 접착제를 개발했다. 연구 논문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연구팀은 달팽이가 생성하는 ‘동개(epiphragm,冬蓋)’에 주목했다. 동개란 겨울잠 등 휴면 상태에서 말라붙는 것을 막기 위해 달팽이가 분비한 점액으로 만든 석회질의 얇은 막(膜)이다. 

마르면 외부로부터 달팽이를 지키는 보호 장벽이 되지만 물에 젖는 순간 다시 점액 상태로 돌아간다. 또 달팽이가 휴면할 때 껍질을 벽면 등에 고정하는 역할도 한다. 

(출처: wiki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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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동개가 가진 ‘축축할 때는 미끈미끈하고 마르면 단단해지는’ 성질을 재현하기 위해 그물 구조의 폴리머로 구성된 PHEMA(Polyhydroxy ethyl methacrylate)에서 시트 형태의 접착제를 개발했다. 

개발된 접착제는 성분의 90%가 수분이다. 하이드로겔(Hydrogel)에 가까워 그대로 사용하면 접착력이 전혀 없지만, 건조 상태에서는 강력한 접착력을 발휘한다. 물을 가하면 1분 정도면 다시 접착력을 잃기 때문에 접착 물질의 손상 없이 떼어낼 수도 있다. 

PHEMA 접착제의 접착력은 매우 강력하다. 실험에서는 우표 크기의 PHEMA 접착제로 천장에 고정한 하네스(harness)에 사람이 온힘으로 매달려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PHEMA 접착제로 완전히 접착시킨 나비의 날개를 다시 깨끗하게 떼어내는데 성공했다. 

(출처:pxhere.com)
(출처:pxhere.com)

연구팀은 “PHEMA 접착제는 표면이 거칠수록 효과적이지만 다양한 물질 표면에 있는 아주 미세한 요철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매끈한 유리 표면에서도 문제없이 접착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조만 시키면 접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령 경화를 위해 250~300도까지 가열해야하는 에폭시 수지 접착제로 조립하는 제품의 제조비용을 크게 경감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물을 가하면 접착력을 잃는다는 장점은 경우에 따라 큰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pH·빛·열·전기·특정 화학 물질 등에서도 유사한 특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접착제를 연구해 나갈 예정"이라며 향후 연구 개발에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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